공짜인생 <루카 9,1-6.>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만 공짜 인생을 사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수고하고 일을 하더라도 아무런 보상 없이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은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공짜 인생을 살라고 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부터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시며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발의 먼지를 털고 떠나라 하십니다. 공으로 받았으니 공으로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사이 공무원 연금으로 인하여 공무원 노조가 세상을 시끄럽게 합니다.

나라에서 일한 만큼 보상을 해주고 보상을 받으려고 합니다. 나라 살림이 넉넉하면 요구대로 다 들어주어야 하지만 국고는 비어가고 주어야 할 돈은 많아지면 점점 나라가 지탱하기 어려우니 고통을 분담하자는 시도입니다. 이는 더 가난한 이들에게 분배하고자 하는 예산이 부족해서 일어난 궁여지책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세상 다른 편에서는 공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들도 많이 있고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살다가 노년에 아무 대책도 없이 사는 이들을 생각하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일도 생각해봅니다. 국민연금이란 것도 있지만, 그것마저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국가 재정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40년 동안 사목 생활 끝에 나이가 70이 되어 사목 일선에서 은퇴하였지만 아무도 보상해 주는 이 없이 살고 일반 교구사제는 생활비, 판공비를 받으면서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끔 '나도 같은 생활을 하였으면 교구에서 약간의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받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이 드는 적도 있지만, 공짜 인생으로 살기를 서약하였으니 그 바람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어느 날 저를 찾아온 사람이 "신부님은 한 달에 얼마씩 받습니까?" 물어 "받는 것이란 잠자리와 밥을 먹는 외는 아무것도 없으며 필요한 대로 장상의 허락을 받고 받는 것으로 산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가난한 이로 사는 것이 수도자의 삶이고 이로써 교회는 세상에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중국 교회에 비하면 부자입니다. 얼마 전 중국 길림성 신학교를 방문하고 돌아온 박형동 아빠스님이 그곳 신학교에서는 아침 식사를 죽 한 그릇에 오이지 한 조각이라는 말을 듣고 식당에서 불평도 하지 말고 주는 대로 먹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도 사목일선에서 하느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겸손한 사목생활을 하도록 기도합니다. 우리는 섬김을 받으려 온 것이 아니라 봉사하러 오신 주님을 본받고 따라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