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루카 13, 10-17.>

좋은 일을 하고 욕을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주님은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을 병에서 풀어주었는데 회당장은 주님이 하신 일을 비난하는 말을 하지만 주님은 사람의 막힌 삶을 풀어주는 것이 주님의 일이라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은 고정관념으로 주님을 심판하고 비난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런 비난의 유혹을 받게 됩니다. 이번 세계 주교회의에 교황님이 5가지 유혹을 말씀하시며 첫 번째 완고함에 빠지는 유혹은 율법학자처럼 남을 비난하고 심판하는 유혹, 즉 우리 주위의 가난한 이, 외로운 이,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하느님이 심판하도록 하는 유혹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일하고 그들을 해방하는 일을 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사설에 박우희란 서울대 명예교수가 사회교리를 왜곡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이란 사설에 기고한 글을 보면서 나도 정의 구현사제단의 행동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사제들이 사회교리를 왜곡하여"란 말의 논리를 보고 너무나 많은 모순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정치에 직접 참여하여 입법이나 행정에 참여하지 않는 한 대화의 길을 열어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풀어주는 일이 사회교리에 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부패나 정치가 잘못된 길을 가면 침묵만 할 수 없습니다. 나라를 잃은 민족을 되찾기 위하여 살인까지 한 안중근 의사를 재조명하는 시대에 교회는 침묵을 일관할 수 없습니다.

가뭄이나 홍수로 농작물이 소실되는데 교회는 성당에 앉아 성가만 부를 수는 없습니다. 교회는 고통당하는 이들을 찾아가거나 찾아오는 사람을 풀어주는, 즉 위로하고 해결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어제 일심 재활원의 장애우의 피정을 지도하면서 대부분 작은 일터에서 일하는데 한 달에 만 원 받고 일을 한다고 하기에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면서 '누가 지각이 있는 사람이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은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을 풀어주고 이에 대하여 비난하는 사람에게 해명하셨듯이 교회의 사회교리는 이런 이들을 위해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다만 격한 투쟁이 아니라 대화적 관계여야 합니다.

저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앞만 보고 사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며 상호 비난보다 상호 대화적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풀어주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