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은 여기야 <루카 13, 31-35..>

나는 50년 전 이 분도 동산 공동체에 하느님께 몸을 바쳐 이곳에 죽기를 한하고 삶을 살기를 약속하였으니 내가 죽어야 할 곳은 여기 말고는 다른 곳은 없다. 이 안의 공기를 마시고 먹고 물 마시고 잠을 자던 이곳은 내가 죽어야 할 곳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예언자는 예루살렘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다." 라는 말씀을 듣고 '나야말로 이곳 아니고는 죽어서는 안 되는구나.' 생각하면서 새날을 시작합니다.

60년 전에 이곳을 찾아 수도자로 살기를 마음먹고도 외적, 내적 이유로 이곳을 떠나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살기도 하였지만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죽지 못해 사는 것인가? 이곳 아니면 살 곳이 없어서인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당신을 사랑하기에 이 마음 다하여 제 모든 것 바치옵니다. 하느님은 내 아버지이시기에 끝없이 믿으며 남김없이 이 몸을 드립니다. 당신 손에 맡기는 모든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가난한 사랑입니다.” 샤를르 드 푸코 사막 성자의 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만이 나를 이곳에서 온갖 고통과 시련에도 그곳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씀은 오늘 아침 나를 다시 확인시켜주셨습니다.

'이곳을 떠나서 내가 어디로 갈 것인가?' 베드로 사도가 박해가 무서워 로마를 떠나 도망가다가 주님을 만나 주님이 로마로 죽으려고 들어가신다는 말을 듣고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하심으로 로마가 가톨릭교회의 중심이 되었듯이 수도자는 서원한 수도원에서 죽음으로써 수도공동체는 하느님의 나라가 됩니다. 정주서원은 서원한 수도원이 자기 무덤이 되겠다는 하느님과의 약속입니다.

저는 가끔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의 죽음은 복된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사제가 되게 성장시키신 어머니가 마지막 제의 품에 운명하신 것은 하느님께서 준비한 것이지만 마지막 숨을 몰아 저에게 주시고 떠나셨기에 나는 그 숨을 받아 생명과 신앙의 전수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이 수도생활이 힘들어도 도망가고 싶고 떠나고 싶었어도 하느님은 나를 잡아두시며 이곳이 너의 무덤이라 하시니 죽기를 한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수도서원을 한 모든 사람이 수도원이 자기 무덤이 되도록 기도하고 세례받은 이들은 모두가 주님의 품에 자기 무덤을 만들어 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