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과 응답 <루카 14, 15-24.>

성당에 평일이나 주일 미사에 나오는 신자 수가 많지 않지만 나오는 사람은 노인 아니면 부인들입니다. 권력자, 가진 자, 명성이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 그들은 할 일이 많고 가진 것이 많아 누려야 하고, 명성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정에 세 아들이 있어 한 아들이라도 하느님께 봉헌하면 어떠냐고 하니 한 아들은 법관을 만들고, 한 아들은 의사를 만들고, 한 아들은 큰 사업가를 만들어야 하니 하나도 하느님께 봉헌할 아들이 없다고 합니다. 오늘 주님이 준비된 잔칫상에 초대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땅을 샀으니, 소를 샀으니, 장가를 갔으니 하면서 거절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 장애인, 눈먼 이, 다리를 저는 사람, 잔칫상에 불러 모으셨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은 가진 자는 응답하지 않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만이 응답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인데 권력, 재산, 명예 등은 있다가 없어지나 주님의 초대에 응하는 것은 영원한 것입니다. 자신을 비운 사람만이 기쁘게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주님 부르심의 음성을 듣고 따른다는 것은 순종의 삶입니다. 우리는 누구 말을 들어야 바르게 살며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되겠습니까? 사랑이 넘치는 잔칫상에 부르심을 받고도 거부하는 삶이란 죽음의 삶입니다. 얼마 전 생활고에 시달려 죽음을 택한 아버지, 어머니, 딸의 소식을 접하고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죽는 힘을 다하여 살면 못사는 세상이 아닌데 돈 때문에 쉽게 가장 귀한 생명을 버린다니.' 이런 어리석은 사람은 바로 가진 것 때문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절하는 사람도 같은 사람입니다.

우리 수도원의 101살 된 수도자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이 성당에 들어와 기도합니다. 오늘 아침도 복도에 나가니 휠체어를 손수 끌고 긴 복도를 가시는 것을 보고 뒤에서 밀어 드리면서 이런 어려운 사정에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몸이 불편해도 성당에 나가 주를 찬미하는데 오히려 젊은 사람들은 조금만 고단하면 기도를 궐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응답의 삶은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에 바로 “예”하고 응답하여 오늘 하루도 기쁨과 행복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