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한 <루카 17, 26-37.>

비록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종말을 잘 준비한 사람은 구원을 받고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죽게 됩니다. 한 침상에 두 사람이 있어도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라 하시고 맷돌질하는 두 여인도 같은 운명에 처한다고 하십니다. 결국, 잘 살아야 잘 죽는다는 말도 되고 마무리가 아름다워지려면 평상시 잘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어제 수능 시험을 치르고 문제가 쉬우니 어려우니 하지만 쉬우면 쉽게 목적한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시험 준비를 잘한 사람에게는 쉽거나 어렵거나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잘산다는 것이나 준비를 잘하는 것이나 모두가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려놓을 만큼 자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침 기도 시간이면 열심히 사는 사람과 열심히 살지 못하는 사람이 구별됩니다. 몸이 늙어 101살 된 사람도 일찍 일어나 성당에 기도하러 가지만 젊은 사람은 혈기가 왕성해도 몸을 편하게 하려고 기도시간을 빠지는 것을 보면 삶의 결과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잘 살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환경의 탓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열심을 다하여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종말의 날이 언제인가를 알고자 하지만 종말은 자기 죽음의 시간입니다. 또 우리는 집단적 죽음을 보면서 많은 종말의 현상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술타령하다가 갑작스러운 회재로 몰죽음을 당하는 카바레의 재난, 비행기를 타고 볼일을 보러 가던지 여행을 하던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전원이 죽게 된 사건이나 그 외의 일들을 보면서 종말이 무엇인지를 알게 합니다. 지금 종말이 언제 오는지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는지가 문제입니다.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배워야 하고 아는 사람은 실천하면 되는 것입니다. 우선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며 사는 양심적 삶이고 바로 살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언제나 내려놓고 내어주고 사는 삶이어야 준비된 삶입니다. 내일 우주의 종말이 와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나의 죽음을 준비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