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마태 4, 12-17. 23-25.>

새도 알도 낳고 새도 기르고 잠자리를 만드는 둥지가 있습니다. 짐승들도 자기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주님은 오늘 "예루살렘이 아닌 카프르나움에 자리를 잡으셨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가르치고, 성장시켜 오는 하느님 나라의 초석을 세우셨습니다. 이사야 예언대로 이루어졌다고 하십니다. 사실 부활하신 후에도 갈릴레아로 가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복음 전도의 보금자리가 그곳에 있다고 암시하십니다. 저는 이곳 왜관에 나의 둥지를 마련한 지 60년이 되어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파견을 받고, 돌아오고, 나가고, 지금은 10년 이상 수도원 둥지 안에 살고 있으면서 안정과 평화를 느끼며 살아갑니다.

시편 41장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하느님을 그리나이다.” 시편의 내용을 따라 우리의 집은 하느님이며 하느님이 거처하는 곳이라야 합니다. 만일 하느님을 자신의 둥지로 여기지 않고 방황하는 사람은 집 없는 나그네이며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길 떠난 나그네가 돌아갈 곳이 있으면 그는 외지에서도 행복합니다. 얼마 전 미국에 가서 2주간 피정 때문에 머물면서 "이곳은 내 둥지가 아니다." 나는 돌아갈 왜관 수도원이 있어 떠나는 길이 즐겁고 행복하였습니다. 만일 한국에 와도 가야 할 곳이 없으면 떠나는 길이 쓸쓸하고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할 신세입니다. 어제 파티마 병원에 가서 호스피스 병동을 지나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며 '저들이 가야 할 곳을 알고 있고 그리워한다면 저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이 아니라 희망과 기쁨일 것인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어느 날 저 모양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웃으며 짜증 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하면서 '하느님 집에 들어갈 날을 기다려야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우리가 천년만년 사는 곳이 아니지만, 이곳에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안정을 하지 못하면 저곳에 가도 편하지 못하다고 합니다. 지금 사랑하고 함께 살지 못하면 그곳에 가도 편하지 못하다고 주님은 경고합니다. 한시도 잊지 말고 하느님 안에 살며 하느님이 자신의 참삶의 중심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제 둥지는 하느님이십니다.

저는 오늘도 모두가 하느님 안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