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 마르코 6, 7-13.>

사목자는 주교의 인사발령을 따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저도 40여 년의 본당 사제 생활 중에 15번은 이동되어 짐을 싸고 길을 떠났습니다. 문제는 오늘 복음 말씀처럼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버려라.” 이 말씀의 의미를 알아듣는 사람은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본당의 것을 하나도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두고 떠나야 합니다. 저는 이동하면서 남은 주방 비용까지 계산해서 다음 오시는 분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적어도 일주일 분을 냉장고에 장만하고 떠났는데 가는 곳에 가면 쓰레기 청소부터 시작하여 음식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쌀도 사고 반찬거리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어디서는 준비하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며칠 동안 국밥집에 가서 밥을 사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랜 사목 경험자로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사목자는 떠나는 곳을 잘 정리하고 오시는 분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해주는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자기 돈으로 산 것이지만 그곳에 시설한 것은 그대로 두고 가야지 내 것이라고 다 가져가면 다시 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옷과 책 덥던 이불 문화적 기물 외는 두고 가야 합니다. 그래야 갈 곳에서도 필요한 것이 잘 정돈되어 있지 않겠습니까? 장독까지 가져가면 또 사야 하지 않습니까?

먹다 남은 음식은 다 버리고 새 음식도 준비해야 합니다. 자기 쓰레기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사용 불가능한 것도 버리고 가야 합니다. 또한, 평화를 빌어주러 왔으니 떠날 때도 평화를 빌어주고 떠나야 합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됩니다." 하신 주님의 말씀이 사목자를 통하여 전해지고 실천되어야 복음의 전도사로 자격이 있습니다.

본당을 떠나면서 자기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떠난 본당은 오시는 새로운 사목자가 사목을 잘하도록 아무에게도 애착을 갖지 말고 다음 사목자가 자기 일에 충실하게 사는 사목자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농민의 정신을 본받고 앞날을 잘하도록 자신을 이끌고 나가야 합니다. 저의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이 글을 썼습니다. 모든 것을 거저 받았으니 내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모든 사목자가 더 깨끗하고 가난한 마음으로 사목 일선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