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겸손 <마르코 7, 24-30.>

겸손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거짓 겸손도 있고 참 겸손도 있습니다. 거짓 겸손은 무엇을 얻기 위하여 양의 탈을 쓴 이리와 같고 참 겸손은 있는 그대로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자세를 낮추는 행위입니다. 겸손에 따라오는 덕목은 진실과 사랑입니다. 거짓 행위는 자기 잘못을 면해보려는 심사나 겸손이란 그늘에 숨으려는 심사입니다. 이는 겸손이 아니라 비굴함입니다. 어제 청문회에 나온 총리 임명자가 처음부터 "죄송합니다. 대오각성합니다. 일어나 머리를 숙이고 미안합니다."고 했습니다. 차라리 "저는 그 자리가 합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를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써주시면 열심히 일을 해보겠습니다."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분도회 규칙서에서는 겸손에 대한 12단계를 설명하시고 “겸손의 모든 단계에 다 오른 다음에 하느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내며.....지옥에 대한 무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좋은 습관과 덕행의 즐거움에서 하게 될 것이다.”

저는 처음부터 부족한 사람으로 살아왔으며 지금 이런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18살까지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16살부터 막노동, 피난시절 부산 부두 노동, 미군 부대 쓰레기 조합 일꾼으로 전전하다가 18살 때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한 달 동안 약속하고 매일 미사 다니며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니 고등학교 정도의 실력이 있어야 들어가는 학교에 시험을 치르니 수학도 빵점, 영어도 빵점, 아무것도 자신 있는 과목이 없어 안 되겠다는 말을 듣고 겸손하게 받아주시면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들어가 6개월 후 시험을 쳤을 때 2등을 하였습니다. 배운 것을 밤을 새워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고 시험을 쳤기 때문입니다. 그 후 왜관 순심학교로 들어와 신학교 준비를 하면서 신학교는 45명 중 8등으로 입학하였습니다.  흙에서 나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게 된 것은 낮은 자리를 참고 견디고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가련한 처지에 놓일 수 있으나 겸손한 자세로 하느님을 신뢰하고 믿음을 가진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고 하느님의 완전하심과 자비심에 머물러 살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살아갑니다. 세상의 무엇을 얻으려고 자신을 낮추는 삶이 아니라 구원을 받기 위하여 나를 낮추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참 겸손한 사람이지만 세상 것을 얻고 취하고 누리려고 하는 겸손한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이 허무한 것같이 거짓 겸손한 사람입니다.

참 겸손은 주님 앞에 자신을 낮추는 것임을 알고 이교도인 여인의 겸손을 본받고 주님 앞에 언제나 자신을 낮추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