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집 <마르코 9, 2-10.>

집은 어디를 나가든지 돌아가야 할 곳이며 안정과 행복이 깃든 곳입니다. 수도원을 떠나 출장을 가든지 휴가를 가면 전에는 간 곳이 더 안정되고 평화로웠는데 지금은 수도원 문을 열고 내 방에 들어와야 안정되고 행복해집니다. 누구나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먼 여행길을 떠나도 그리움과 큰 기쁨이 됩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이곳에 초막을 지어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님의 변모를 통해 주님이 계신 곳이 하느님의 나라인 것을 깨닫고 하신 말씀입니다.

집도 집 나름입니다. 원산에서 월남하여 이곳저곳 정착지를 찾다가 이런 집 저런 집에서 살다가 안착할 집을 얻게 되었을 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월세방, 남의 집 문간방, 나뭇가지 기둥으로 집을 지어 살다가 6. 25 사변으로 다시 부산에 가서 월세방, 나무상자 집(판잣집), 구들장도 없는 거적때기를 깔고 살다가 준비된 돈 주고 이 층 다락방과 방 세 개 있는 저택과 같은 집에 들어왔을 때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양로원에서 안정되게 사시던 민 신부님의 죽음을 보며 내 집은 여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의 집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 집은 하느님 아버지가 계시고 구세주이신 아들과 사랑으로 이끄시는 성령이 계신 집 또한 하느님을 믿고 바라고 사랑하던 모든 이들이, 악이란 모르고 진, 선, 미를 깊이 깨닫고 실천하던 성인 성녀들이 모여 사는 거룩한 사람들의 집이 나의 참 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집에 살기 위하여 지금 여기서 준비해야 합니다. 집 떠난 사람이 집을 그리워하듯 가야 할 집을 그리며 아무런 애착 없이 그곳에 모든 것을 버려두고 떠나는 것같이 여기에서 가진 권력과 재력과 명예에서 자유스럽게 내려놓아야 할 것을 내려놓고 주님의 집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주님의 집을 지으려 합니다. 지금부터 그 집에 살려고 마음먹고 집을 짓습니다.

그 집을 짓는데 재료비는 들지 않으며 마음먹기 달려있습니다. 모두 자기 안에 주님의 집을 지어 그 안에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아갑시다.

오늘 저는 믿는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나라에 주님의 집을 짓고 그 안에서 행복하고 준비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