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자리 <마태 20, 17-28>

사람의 심리는 남보다 높은 자리를 탐하고 남보다 더 나은 자리에 오르려고 하지만 순리를 따르지 않고 부정이나 편법을 써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함을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하십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런 자리는 하늘이 내려준 자리다.”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하지 부정으로 살려고 하면 얼마 전 김영란 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공무원의 부정을 근절하려고 하듯이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는 돈으로 살 수 없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찬미기도 시편 76에 “빈궁과 부요를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며 주님은 낮추시고 또 높이 올리시나이다.“

사람의 본성은 안락한 자리, 편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어제 안셀름 그린 신부의 글을 독서로 듣다가 이런 구절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은 아무 선택을 하지 않아도 선택하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주어진 자리를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 있는 삶을 사는가? 하는 것이 자리를 잘 운영하고 사는 길입니다.

내가 아버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있듯이 생명이 있는 한 설 자리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윗자리를 앉으려는 사람은 그 자리를 택하는 것보다 낮은 자리를 선택하면 어느 날 윗자리에 오를 수 있지만, 윗자리를 탐하여 앉으면 낮은 자리로 내려와야 합니다.

3년 전에 피정의 집에 근무하다가 수도원에 들어오니 내 식당 자리가 없어 중간에 자리를 잡으려 하니 자리 임자가 있어 쫓기다가 아무도 앉지 않은 맨 끝자리에 앉아 식사하였는데 그 자리가 가장 편하고 좋은 자리였습니다.

주님이 선택한 자리는 종의 자리이고, 섬기는 자리이고, 자기 희생을 하는 자리이며 죽임을 당하시나 다시 살아나시는 자리라고 하십니다. 우리에게도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권력이 있으면 있을수록, 돈이 있으면 있을수록, 인기가 있으면 있을수록, 낮은 자리에 있고 섬기는 자세로 살아가면 요사이 “갑” 질이란 말이 없을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사람으로 가장 낮은 자리를 좋아하고, 높은 자리에 있어도 섬기는 자리이고, 나누는 자리이고, 함께 하는 자리가 하느님께서 주어진 자리임을 깨닫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