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사람 <마태 21, 33-43. 45-46>

사람은 누구나 빚을 지고 삽니다. 본래 사람은 빈손으로 세상에 나와 남의 도움이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무한한 빚을 지고 살아갑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민정 시찰을 나갔는데 어는 오두막에서 웃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들여다보니 늙은 부모를 모시고 아이를 앞에 안고 있어 어떤 연유인지 물으니 "빚을 다 갚고 저축을 하였으니 웃음이 나옵니다." 사연인즉 부모의 빚을 효도로 다 갚고 아이에게 저축하는 것같이 살아가니 행복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수도원에 빚을 지고 살면서 빚을 갚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형제를 사랑해야 하고 형제들의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일이 주어지면 아무런 보상 없이 열심히 섬기고 봉사하고 공동체의 힘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지속해서 이웃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살기에 언제나 사람다운 삶을 살아야 빚을 갚는 것이고 수도자로서 살기에 도움을 받으니 수도자다운 삶을 살아야 빚을 갚고 사는 것입니다.

내가 잘나서 내 멋대로 사는 것은 오늘 복음에 도조를 내지 않으면서 받으러 가는 이들을 때리고 죽이는 무뢰한 사람들과 같습니다. 우리는 빈손으로 나왔으며 빈손으로 떠나야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은 나에게 맡겨진 것뿐이고 관리할 뿐입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이 빚을 갚고 사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 하느님에게 할 도리를 다하는 것, 이것이 빚을 갚고 사는 길입니다.

부모에게 받은 것을 부모에게 돌려 드리는 것은 진정한 의미로 효도이고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돌려 드리는 것은 아침저녁 찬미와 감사의 기도로 주님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알고 주님의 은혜를 보답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그 많은 빚을 갚기 위하여 내가 필요한 이들의 필요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거저 받았으니 거저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행하면서 빚을 갚을 때 교만한 마음이 아니라 가난한 마음으로 돌려 드리도록 기도합니다. 우리는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