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책벌 <마태 18, 21-35>

용서는 잘못한 사람을 받아들이고 함께 사는 것이지만 그래도 책벌은 따라와야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됩니다. 용서받고 책벌이 없으면 잘못에 대한 아무런 책임지지 않게 되어 쉽게 다시 그런 죄를 범하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잘못하는 아이들을 때려서라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고 하신 말은 타당한 말씀입니다. 수도원도 꿀빠라는 벌이 있어 잘못한 형제를 책벌하면서 바른 수도자로 살게 합니다. 수도원을 떠나서 다시 들어오려는 형제는 일정 기간 벌을 받아 외출도 못 하고 마음대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 하게 합니다.

저는 지금도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일이 7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 갔다 오는 길에 교리 공부하지 않고 오면 밥을 주시지 않는 벌을 받아 그 후 교리반에 빠지지 않고 출석하게 된 것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도 죄를 짓는 사람의 죄를 용서하시지만, 벌만은 없어지지 않고 책벌하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에 만 탈렌트 빚진 사람을 탕감시켜 주셨지만, 형제를 용서하지 않아 무서운 벌을 받게 된 비유의 말씀을 통해 가장 무서운 죄는 실수나 분을 참지 못해서 범하는 죄가 아니라 형제의 죄를 용서하지 않는 죄를 더 크게 벌하십니다.

한이 맺힌 사람은 언젠가 마음의 상처로 인하여 폭발하게 됩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용서하지 않고 용서받지 못하여 한이 맺힌 사람들의 복수심은 죽음이 죽음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는 살려면 용서하는 자비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죄의 결과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무수한 죄인이 고백소에서 죄를 고백하지만, 그에 상응한 보속을 하지 않으면 죄를 용서받지 못합니다. 거짓 증언으로 다른 이를 억울하게 하였으면 자신이 거짓 증언한 것을 공동체 앞에서 고백해야 더 무서운 벌을 면하게 됩니다.

나는 사순절이면 반드시 당하는 죄의 보속이 있습니다. 금년도 거저 넘어가지 않고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치과에 가게 되는데 잘 참고 견디는 것으로 죄의 보속을 합니다. 감기는 내 영성이 해이한 것을 보속하고, 이빨 치료는 말로서 범한 죄를 보속하라는 것으로 알아듣습니다.

아무 탓이 없는 데도 알 수 없는 고통이 오면 스스로 자기반성을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는 자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죄 중에 가장 무서운 죄는 용서해야 할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죄입니다.

저는 오늘 다른 이의 잘못을 용서함으로 각자의 무서운 죄를 용서받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