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요한 수난 복음 18, 1-19, 42>

왜?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시며 아무 잘못도 없이 빌라도에게 심판을 받고 그 고통의 길을 가십니까? 우주의 주인이시며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시며 좋은 것만 보여 주시면서 왜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렵니까? 추운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 여기저기 꽃피고 온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 악인들의 손에 끌려가고 어두운 방에 갇혀 온갖 수모를 당하고 매를 맞고 가시관을 쓰시며 죽음의 고통을 당하시며 왜 그렇게 하십니까?

알려주세요. 우매한 사람들은 그 고통의 의미를 모르고 그저 역사 안에 지나간 일로 생각합니다. 오늘도 주님은 너무나 큰 고통 중에 계십니다. 얼마 전부터 감기에 시달리다가 오늘 아침에는 온몸이 쑤시고 매를 맺은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참고 있으면서 주님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기도시간에 저는 너무나 아파 기도문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앉아 있으려니 주님의 고통을 더욱 실감 나게 느끼며 이 고통도 참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고 더 주님의 고통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현실 속에 주님은 고통 중에 계십니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누워있을 수 없어 묵상 글을 쓰고 내일 강의 준비, 다음날 강론 준비해야 합니다. 머리가 어지러워 무엇을 쓸까? 생각하면서 오늘 요한복음의 긴 수난사를 보면서 인간의 욕망, 시기, 질투에 희생되신 주님을 생각하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배신, 무관심, 사랑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고통도 인간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구나.' 생각하게 합니다. 사랑이 없어 일어나는 일은 모든 이의 고통이 됩니다.

주님에게 고통을 준 것은 사람의 죄입니다. 우리 죄를 대신 해서 십자가를 지셨으니 저는 유구무언으로 오늘을 지내야 하겠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이토록 우리를 사랑하십니까? 우리는 사랑을 받고도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는데, 아니 당신을 찾지도 않고 주님과 함께 가지도 않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데, 주님 자비를 구합니다. 주님의 자비가 아니고는 우리가 살아날 길이 없습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