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날 <성토요일>

우리는 너무나 큰일을 당하면 말문이 막혀 할 말을 못 합니다. 중대한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생각하느라고 말없이 깊은 생각에 젖어 말을 절제합니다. 오늘이 우리 교회 침묵의 날입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주님은 군중의 환호성을 들으셨지만, 어느새 마음이 바뀌어 "십자가에 처형이요."하는 소리를 들으시며 그들의 손에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십자가형에 처해 운명하셨으니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숨죽이고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침묵의 참 의미는 하느님과 고요히 친교의 시간과 주님 고통의 의미를 음미하고, 주님의 죽음이 주는 참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우리도 그 뜻을 따라 살기를 결심하는 날입니다.

중요한 미사 중에 침묵의 시간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참회 예식 중에 침묵, 기도합시다. 침묵 중에 공동체나 자신의 기도지향을 생각하며 침묵을 지키고 말씀의 전례 후 영성체 후에 침묵을 지킵니다. 이 침묵 시간에 멍청하게 앉아 있다면 산 전례가 되지 못합니다. 이처럼 오늘 침묵의 날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지내는 것은 귀한 보물을 잃어버린 날이 됩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 고난의 의미를 복음을 보고 재음미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정의롭게 살고 있는가? 나는 이웃에 상처를 주고 살고 있지 않은가? 고통을 당하는 이들과 함께하는가? 주님은 몸을 내어주시면서 우리를 사랑하셨는데 나는 주님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주님이 사랑하는 이웃을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기 일에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자기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침묵의 시간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침묵을 통하여 더 나은 세상 하느님이 원하시는 나라를 건설에 얼마나 매진하고 있는가?

지금 내 옆에 참 자유를 누리고, 참 평화를 누리고, 기쁨 중에 살고 있는가?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도록 죽음을 마다치 않으신 주님을 얼마나 알고 의식하며 살고 있는가? 그분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나는 살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반성의 시간이 필요한 침묵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믿는 이들이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면서 깊은 침묵의 시간을 단 30분이라도 가졌으면 합니다. 세상의 시작 전에 침묵 세상이 끝난 다음 있을 침묵 안에 사는 것같이 침묵이 흐르는 이 시간 우리도 마음을 합쳐 침묵의 기도를 하도록 기도합니다. 중요한 것을 기다리는 시간의 침묵은 가장 귀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