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루카 24, 13-35.>

부활하신 주님은 나그네로 나타나시어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걸으셨다고 합니다. 제자들에게 갈릴레아로 가라고 명하셨지만 주님은 거처는 어디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지금도 부활하신 주님은 승천하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시지 않고 나그네로 우리 안에 현존하십니다. 노숙자로, 진도 팽목항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물 속의 자식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부당 해고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사람 가운데,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사람 안에, 죽어가는 병원의 병자 안에 현존하십니다. 마태복음 25장 최후심판에 “이 미소한 형제들에게 베푼 것이 나에게 베푼 것이다.” 하심 같이 주님을 만나기 위하여 나그네들에게서 찾아보아야 합니다.

성당 안에서만 "주님, 주님" 찾고 성당 밖으로 나가면 주님을 잊고 세상의 이익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주님이 나그네로 자기 옆 지나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저 거추장스러운 사람이 지나가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주님을 아무것도 모르는 나그네로만 알고 지나가다가 빵을 뗄 때 알아보았다고 합니다. 알아보았지만 이미 사라진 다음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미사 때 잠깐 주님을 아는 것 같아도 지나가면 잊어버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 수도원은 찾아오는 손님을 주님처럼 대하라고 하십니다. 저는 밖에 나가지 않아도 수도원을 찾아오는 사람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오상 방지거 성인이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나환자가 지나가기에 냄새도 나고 해서 급히 말을 달려 나가다가 '저 분이 예수님이시면'하는 생각에 말을 돌려 그 환자를 끌어 안고 미안하게 생각하였는데 그 분이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길을 떠난 나그네를 보면 주님을 대하듯이 대하고 주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안에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