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계신 주님 <루카 24, 35-48>

부활하신 주님은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시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평화도 빌어주고 고난의 흔적도 보여주고 음식도 함께 나누셨다고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하느님의 완전성과 인간과 친근성을 분명히 보여주시고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주님의 현존 안에 살게 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이 인사말은 지나가는 어정쩡한 말씀이 아니고 분명히 고난을 겪고 깊은 터널을 지나 밝은 빛 아래에서 하시는 확신에 찬 말씀입니다.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역사 안에 하나의 흔적을 남기고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신 주님을 기다리며 사는 삶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함께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보고, 듣고, 만지고, 길을 걸을 때나 일을 할 때나 잠을 잘 때나 시간과 공간 안에 현실적 체험 속에 사는 것입니다.

어제 세 분의 상담을 하면서 나는 상담학을 공부하지도 않고 다만 고백성사권만 가지고 있는데,  만나면서 제 옆에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말을 하는 이는 내가 아니라 주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상담자가 돌아가서 보내신 글 중에 “신부님을 만나게 된 것 수도원을 찾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 분명히 주님이 저와 상담자 사이에 현존하셨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수도원 생활이 단조롭고 재미가 없다고 하지만 단순함 안에 하느님의 현존이 꽉 차있으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단순한 식사 차림을 보고 주님은 오늘은 이런 것 저런 것 나왔네요. 맛있게 드세요. 그래서 주님에게 이것저것을 맛보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같이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내 안에 살고 있다는 말씀을 생활 속에 실천하는 것 외롭지 않고 하루의 삶이 재미있고 더 깊이 주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게 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천국의 삶이 아니라 이 세상에 부활하셨습니다. 함께 사시려고 40일간은 부활하신 주님 삶의 숙성 기간입니다.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과 2000년을 살면서 아직도 덜 숙성된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은 주님 부활의 의미를 현실 안에서 바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주님은 하늘나라에 영원히 살기 위하여 부활하신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세상 끝날까지 현존하시려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어디나 계심을 찬미하고 찬송하며 오늘을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