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마태 14, 1-12>

"너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고 너만 없으면 나는 편하게 살 것인데." 하며 너를 나의 장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네 덕분에 더 잘 산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이 더 바람직합니다. 오늘 복음에 바른 소리를 한다고 세례자 요한을 감옥에 넣은 사람이나 자신의 치부를 공격한다고 제거하려는 여인이나 모두가 네가 나의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고 원망과 불만으로 장애 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우리는 한동안 "내 탓이요." 운동을 전개한 일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우리 안에 자리를 잡지 못 하고 있습니다. 옛날 교리에 영혼의 원수를 삼구라고 하여 세속, 육신, 마귀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원수는 내 안에 있는 것이지 너 안에 있지 않고 세속과 육신과 마귀의 유혹에 빠져 죄를 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벌을 받아야 할 것은 세속이나 육신이나 마귀여야 합니다. 원수는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든 잘못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욕망이나 자기 탓이라고 겸손하게 고백하고 살아야 합니다.

네가 나의 잘못을 들추어내서 나는 이렇게 살게 되었다고 하거나 내가 수도원을 나가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라 '장상 탓, 형제들 탓, 너만 없으면 나는 수도생활을 잘할 수 있겠는데.'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자기를 너무나 잘 모르는 생각입니다.

어떤 이는 "시대를 잘못 만나서, 환경이 열악해서, 날씨가 이래서" 등등 객관적 사실에 불만을 품고 살고 있지만 남의 탓을 들먹이지 않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력으로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어 줍니다. 내가 성내면 세상이 성을 냅니다.

자라 보고 놀란 사람은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같이 헤로데가 주님의 출현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처럼 우리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잘못 판단을 바로 할 기회를 주님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당신 덕분에 나는 내 잘못을 깨닫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자주 하도록 저에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