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낱알 <마태14, 13-21>

주님의 빵의 기적은 이 땅에 지속해서 일어납니다. 봄에 심은 낱알이 가을에 몇천 몇 만 배 곡식으로 거두어져 이 땅에 생명을 먹이고 살립니다. 오늘 복음에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만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이 땅에 일어납니다. 최후 만찬 때 빵을 들고 “이는 내 몸이다. 받아먹으라.” 하신 후 2000년 동안 미사 전례 때마다 빵이 주님의 몸으로 변하여 우리의 영적 생명을 유지하게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기적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주님의 은총을 깨닫지 못하고 빵이 없다고 하며 영적으로 메마른 삶을 살아갑니다.

'오천 명을 먹이는데 뻥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가 무엇인가?' 생각하듯이 우리는 적은 일이 얼마나 큰일을 해내는지를 알고 실천해야 합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사람의 생명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선행이 큰일을 만들어 냅니다. 주님 겨자씨의 비유 말씀도 작은 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이 땅에 만들어 낸다는 말씀으로 깨닫게 해주십니다.

얼마 전 강원도 영월에 가서 씨앗 몇 종류를 가져다 농장 책임자에게 주니 이런 것은 강원도에서 건강식품으로 재배하는 것으로 우리 농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씨앗을 땅에 심어두면 어느 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니 심어 두세요." 부탁을 하였습니다.

저는 훗날 그 작은 씨앗들이 우리 수도원 농장에서 자라나 수도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래전에 로마에 가서 30만 명 이상의 군중 속에 성인 품에 올리는 미사에 참례하면서 그 많은 사람이 영성체하는 모습에서 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작은 빵의 모습 속에 감추어 계신 주님을 모시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각자는 작은 빵조각같이 보이지만 그 안에 전 우주가 담겨 있고 그 많은 무리는 한 주님의 몸으로 하나 된 모습을 느꼈습니다.

이런 기적은 우리 안에 수없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미사 안에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선행 안에서. 주님에게는 작은 것이 큰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 것으로 창조됩니다.

오늘도 우리의 작은 생각과 말과 행위를 통하여 하느님의 위대한 일이 너와 나 각 공동체 안에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