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믿음 <마태15, 21-28>

"너희는 어린이와 같이 되라.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 된다." 하심같이 오늘 복음은 겸손한 믿음을 고백한 가나안 부인의 믿음을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하심으로 겸손한 믿음을 칭찬해주셨습니다. 믿음은 아무나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선 열정, 열망, 오로지 주님만 의지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지향이 깨끗하여 사심이나 자기 욕심을 채우려 하지 않는 믿음이어야 합니다.

믿음이 어떤 목적을 두고 세속적 이유로 가지려는 사람은 쉽게 자기 이해타산에 굴복하고 믿음을 포기합니다. 가나안 여인은 주님을 신뢰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주님의 어떤 거스르는 말씀에도 굴하지 않고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하며 겸손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조금 섭섭한 말을 들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러면 그만두지." 바라던 바를 포기하는 사람이거나 쉽게 실망하며 주님이 주신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이 저를 수도자로 부르시고 사제로 살게 하셨지만 조그만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상의 이해 부족, 동료 형제들의 불화, 자기모순을 느끼면서 공동체를 떠나는 사람은 겸손한 믿음이 부족한 탓입니다.

수련기 때 성가 연습하는데 조금 큰소리로 노래한다고 많은 사람 앞에서 핀잔받고 '수도원 나가야지.'하는 생각이 일어났으며, 다른 사람은 시계를 청하니 기쁘게 주었다는 말을 듣고 나도 청하니 줄 것이 없다고 하여 일주일간 우울하게 지내니 수련장 신부님이 눈치를 보시고 "왜 우울하게 지내는가?" 물으시기에 시계 때문이라고 하니 장상에게 말을 하여 오라고 하셨습니다. 서랍을 여는데 시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많이 있었습니다. 겨우 받은 시계는 옛날 윗도리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가 시간을 보려면 뚜껑을 열어서 보고 닫는 시계였습니다. 그 후 신품 성사 받을 때 "무엇을 해 줄까?" 해서 시계를 원하니 열 개가량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수도원에 무엇을 청하려면 조심하고 당가 실에 들어가는 것을 꺼립니다.

아직도 겸손한 믿음이 없는 저를 보고 아직 멀었다 생각해봅니다. 주님을 믿는 것 외 중요한 것은 없는 줄 알면서 조금 섭섭한 말을 들으면 미음이 언짢고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러나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말 속에 "누가 당신에게 똥을 주면 빨리 버려라. 버리지 않고 주물거리고 만지면 똥 속에 살게 된다." 이 말의 의미를 깨닫고 이제 불편한 말이나 행동을 벗어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주님, 저에게 겸손한 믿음을 주시어 어떤 처지에서도 주님을 떠나는 일이나 의심하는 일 없이 견고하게 살아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