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보는 사람 <루카 10, 17-24>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보려면 길을 떠나 찾아가야 하듯이 사랑하는 하느님을 보려면 자기를 떠나야 합니다.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금강산을 보지 못하고 울릉도의 아름다운 전경을 보려면 배를 타고 위험한 바닷길을 가야 합니다. 저는 하느님을 보기 위하여 집을 떠나고 부모 형제를 떠나 이곳에서 하느님을 찾고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보는 하느님과 저기서 보는 하느님이 다른 하느님이 아니신 것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나서이지만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주님을 만난 사람은 전해 듣지 못한 것을 듣게 되고 일어나는 모든 일 안에서 하느님의 참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살아 있어 눈을 뜨고 쉼을 쉬고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하느님이 마련하신 것이고 하느님이 마련하시지 않으셨으면 내 생명은 없는 것이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고 숨을 쉴 수도 없습니다. 생명이 살아 있도록 공기도 주시고 햇빛도 주시고 내 몸을 지탱하는 땅도 주시고 목마른 몸에 생기를 주시는 물을 한 컵 마시며 감사드립니다.

내 안에 하느님의 생명이 넘쳐 흐르고 있으니 주님은 나에게 너무나 친근하게 보이고 의식되는 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 있고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게 세상에 오셨습니다. 주님의 오심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을 미사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명을 누리는 세상 속에서 생명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을 통하여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하셨습니다.

적어도 지구 상의 모든 조건은 생명이 살아가기에 부족함 없이 갖추어 있지만 하나 더 본질적 조건은 하느님이 사랑인 것같이 사랑 안에서 사랑받고 사랑해야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눈이 가려져 빛 없이 보지 못하듯, 물 없이 생명이 유지 못 하듯, 공기 없이 숨을 못 쉬듯, 하느님을 보지 못하여 하느님을 알지 못 하고 그런 사람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지 못 할 것입니다.

하느님을 알지 못하고 하느님의 뜻을 땅에서 살지 않은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잊혀진 사람, 하느님이 모르는 사람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저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보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하늘나라에 그 이름이 기록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