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한 다발 <마태 25, 1-13>

장례식 때 국화꽃 한 송이 죽은 사람 위해 올려놓는데 우리 수도원은 흰 백합꽃 한 송이만 관 위에 올려놓습니다.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하지만 장미꽃 한 다발은 가지고 떠나야 합니다. 이는 사랑받고 태어난 삶을 사랑하며 살다가 떠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 어리석은 처녀들이 준비하지 못한 기름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자신이 행하지 못한 사랑은 누구에게도 빌려 받을 수 없습니다.

위령미사 셋째 미사 복음을 읽으면서 지혜로운 처녀들의 냉정함과 신랑의 매정한 거절은 그리스도 신자의 삶과 다르게 느껴지지만 내 사랑의 실천을 남에게 줄 수 없고 시장에서 급히 산 기름은 정성과 사랑이 담긴 것이 아니어서 거절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의 장미 꽃다발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이는 봉사적 삶을 통하여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하고 나의 봉사적 삶을 통하여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편하게 살게 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나눔의 삶을 통하여 배고픈 이의 배를 불리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을 도우며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친교의 삶을 통하여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고, 죄지은 이를 용서하고, 갈라진 사람과 하나 되어 행복하게 살게 합니다.

사랑은 봉사와 나눔과 친교에 구체적 실천이 흘러나옵니다. 빈손으로 왔지만, 나의 손을 채워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따라 그때그때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살면서 한 송이 한 송이 장미 꽃다발을 준비하여 하느님 앞에 올려놓아야 지혜로운 처녀들같이 주님을 환영하고 우리에게 영광의 장미 관을 만들어 주십니다.

저는 모든 믿는 사람이 한순간도 아껴 장미꽃 준비하는데 정성을 다하여 주님의 환영 속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수도 형제들과 같이 선배들이 묻힌 수도자 묘지에 그들의 공로를 기리고 못다 한 보속이 있으면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받기 위해 기도하러 갑니다. 죽은 이와 자기 죽음도 깊이 생각하며 위령 성월을 지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