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베푸는 사람 <마태오 9, 27-31>

"하느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하느님의 자비는 무한하시다. 하느님의 자비는 완전하시다. 하느님의 자비는 영원한 생명이시다." 그러나 그 자비는 믿는 사람에게 주어진 은총입니다.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고 불신하는 사람에게는 자비가 힘을 잃고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 차려 있어도 먹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눈먼 이를 눈뜨게 하시고, 벙어리가 말을 하게 하시고, 죽은 이를 살리시지만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 기적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향에 들어가 불신하는 모든 사람에게 아무런 기적도 행하지 않았습니다.

불쌍한 존재임을 입으로 고백하고, 주님 앞에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자비의 은총을 받지만 불쌍하면서 교만하고 폭력적이면 자비의 은총을 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본가와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에게 억눌려 사는 노동자, 농민, 서민층의 현황이 비참하고 불쌍한 처지에 있지만,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적 혁명으로 자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민주적 혁명으로만이 자비로운 해결책이라는 것은 (구) 소련의 공산주의 실패에서 입증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빼앗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구하여 얻는 것입니다. 교만한 자세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면 주님을 떠난다고 협박하는 사람은 주님을 팔아넘긴 유다와 같이 주님의 자비를 받지 못합니다.

미사 때마다 자비를 구한 우리는 “다윗의 자손이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눈먼 사람이 구하는 자비는 자신을 낮추고 주님을 높이는 가난한 마음으로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따뜻한 손을 구하기 전 자기 손이 따뜻하여야 하고,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보다 남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따뜻한 말을 듣기보다 내가 따뜻한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화해를 청하는 사람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화해를 청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사랑을 주는 이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사랑이 되어주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서로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