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맺음 <루카 13, 1-9>

요즘은 슈퍼에 가보면 과일이 계절도 없이 진열대에 놓여있습니다. 국제적 시대에 온갖 과일을 먹을 수 있고, 한국 과일도 사시사철 온갖 과일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사시사철 온갖 열매를 얻을 수 있듯이 우리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과일이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열매는 주님 자신이시며 그 열매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하심 같이 우리에게도 같은 열매를 원하시는 줄 알게 됩니다. 이런 열매는 전천후로 내 안에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오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나에게 적용되면 잘려나가는 무화과나무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어제 가르멜 삼 회 회원으로 있다가 다른 수도회에서 종신 봉헌을 하였다는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3번 불출석으로 잘려서 다른 수도원을 선택하여 종신 봉헌자로 산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것을 듣고 삼진 아웃이 생각났습니다. 나의 수도생활은 열매를 맺고 살고 있는지, 아니면 잘려나갈 신세가 아닌지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믿음의 삶을 아무런 결실도 없이 형식적 신앙생활을 하든지 어떤 일을 하면서 결실 없이 일하는 때도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결말을 내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수도원에서 수도자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생각하고 살다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꽃도 피우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고 떠난 형제들을 생각해봅니다.

순명으로 하느님의 길을 찾지 못하고, 청빈으로 진리를 따르지 않고, 정결로 생명을 보존하지 못하면 아웃됩니다. 떨어져 나간 가지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쓸모없이 살아가니 뿌리가 뽑히게 됩니다.

사순절,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인 나는 열매를 맺도록 가꾸고 거름 주고 자신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열매를 맺기 위하여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하여 손을 들고 강렬한 빛의 힘을 받고 먹기 좋은 열매를 맺으며 사는 은총의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길은 섬기는 삶이며, 진리는 나눔의 삶이며, 생명은 친교의 삶입니다. 바로 이 열매를 통하여 서로 사랑하는 새로운 계명을 완수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