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시는 아버지 <성체조배 하면서>

주님 당신의 고난을 앞에 펼치며 고통의 한 장면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으려니 말문을 닫고 바라보며 “주님, 당신의 정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죄 없이 단죄받으시고, 죄 없이 매 맞으시고, 죄 없이 땅바닥에 냉동이 쳐지고, 피와 범벅이 된 몸 가눌 수 없는 몸으로 조롱과 막말을 들으시는 주님! 주님의 정의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밤 조배 시간에 "바라만 보고 있는 나의 무능은 무엇입니까? 안됩니다." 소리쳐 부르다가 "어찌하여 하느님 아버지는 침묵하시며 저와 같이 바라보고 계십니까?"

"당신은 전능한 팔을 펴시어 교만한 자를 흩으시고, 부자를 빈손으로 내쫓으시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를 자리에서 내려놓게 하시는 줄 알고 있는데 아버지 왜 침묵하십니까?"

히브리 4, 12. "하느님의 말씀은 어떤 쌍날칼보다 더 날카로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을 만큼 힘이 있는 분인데 침묵하시는 이유는 당신은 자비의 하느님이시기에" 침묵하시며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저도 오늘은 하느님과 같이 깊은 침묵 속에 정의를 전하고 정신없이 뛰어오고 달려가는 세상에 정지 명령을 내리려 합니다.

주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나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닌가? 왜 나는 너를 책하고 네 탓이라고 하고 있을까? 불의에 항거하고 불의를 제거하는 일에 나는 너무나 게으르고 무관심하지 않았나.

내가 주님을 떠나서 방황하지 않았던들 주님이 이렇게 되었을까?

오늘 나는 하느님의 고요한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아들을 통하여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은 목숨을 내주며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우리도 서로 벗을 위하여 생명을 내주는 사랑을 하도록 이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몸속에 생명의 물이 스며드는 듯, 태양의 힘이 온 생명에 스며드는 듯, 소리 없는 공기 속에 산소가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으며 생명을 살리듯이 침묵과 사랑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저도 오늘 하루 침묵 속에 참사랑을 하는 하느님과 같이 침묵 속에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