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채워지는 날 <성 토요일>

사람 살다 나간 빈집을 보면 서글픕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면서 허전한 마음 달래며 3년 전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이 은퇴하시고 바티칸 교황청에 떠나는 교황님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교회가 빈집처럼 느껴졌습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대로는 조용한 성탄절이었지만, 오늘날은 떠들썩하게 시작한 주님의 성탄절. 이제 사순절을 이런저런 결심을 하고 시작한 후, 주님의 길을 따르려던 삶을 영광스러운 부활을 맞이하려고 준비는 하지만 오늘은 집이 비었습니다. 어디나 계시지 않고 세상을 떠난 주님은 무덤에 계십니다. 세상 어디서나 찾아 만나지 못하고 아니 계십니다. 잠시나마 교황 없던 교황청을 생각하면서 주님 없는 성당 모두가 비어 있고 십자가만 제단에 서 있는 모습에서 주님 없는 성전에 들어가는 듯합니다. 오늘은 늦게 들어가려고 방에서 묵상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빈 무덤을 보여주시며 주님 다시 살아 우리 곁에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사신다는 희망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비었던 교황청이 새 교황으로 자리를 잡고 교회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셨듯이 희망을 품고 새로운 세상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사순절 동안 잘 살려고 결심하고 자선과 기도와 절제를 실천한 것같이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증언하려고 사순절 삶을 살며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고 주님이 그러하였듯이 자신마저 내놓으면서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침묵 속에 어제 고난에 참례하였듯이 주님의 고난에 동행하고 세상의 불의, 부정, 인간의 이기심, 허영심, 교만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내가 가난한 이가 되어야 가난한 이가 위로받고 용기를 내어 희망을 보게 됩니다. 누리고, 즐기고, 희희낙락하는 동안 세상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면 물에 빠져야 합니다. 소리만 지르면 구할 수 없습니다. 말만 하는 교회가 아니라 고통당하는 이들과 죽어 가는 이들 안에서 주님이 그들과 똑같이 죽음의 고통도 받아들이셨듯이 우리도 죽음을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동참합시다. 살려는 사람은 죽고 죽으려는 사람은 살아납니다.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영광스러운 부활을 맞이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