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내가 있다. <요한 13, 31-33ㄴ. 34-35>

사람은 가장 지혜로우면서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너만 없으면 나는 행복하겠는데 하고 너를 제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의존형입니다. 너 없이는 나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하느님만이 “나는 있는바 그로다.” 모세에게 알려주신 것같이 존재 그 자체이십니다. 그러나 존재 안에 성부, 성자, 성령의 상호의존형으로 영원으로부터 계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사람은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이는 사랑을 통하여 나는 너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너는 나의 거울과 같은 존재입니다. 나를 알기 위해 네가 있어야 합니다. 나를 보호하고, 돌보고, 이끄는 사람이 없이는 나의 존재는 세상에서 지탱하지 못합니다. 나는 네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태어나자 어머니의 젖 없이는 아기는 살 수 없으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는 몸을 지탱해주어야 합니다.

어제 치과에 임플란트하러 가는 길에 저는 다른 형제의 도움으로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이를 심고 수술해야 하는데 제가 운전하기 힘들어 도움을 받고, 약국에서 약도 타주고, 방에서 3시간 입에 솜을 물고 있으면서 점심도 죽을 끓여 주는 이가 있어 늦은 점심을 먹고 '나는 너 없이 살기에 불편하구나.' 생각하면서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게으름 없이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스스로 잘난 멋에 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려고 할 때 당신의 한 표가 중요하다고 하다가 당선되면 너를 잃고 머리를 들고 교만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든다고 하면서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은 어디에 갔는지 모르고 자기 출세를 위해서만 집중하여 민생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립니다.

"서로 사랑하라." 사랑은 임시변동적 행위가 아니고 죽기까지 실천해야 할 일이며 깨진 거울 앞에서는 내 모습이 온전하게 비치지 못하는 것같이 나를 보려면 정성껏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야 하듯이 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나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너를 행복하게 하고 너의 행복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서로 손을 잡고, 서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함께할 때 나와 다른 사람까지 끌어안고 진, 선, 미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너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