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사랑 <요한 14, 27-31ㄱ>

우리는 자연에 순종하고 나 아닌 너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순종은 가끔 억압이나 두려움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순종은 살기 위한 아름다운 행위여야 합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의 향연을 즐기듯이 차가운 겨울을 행복하게 맞이하고 즐겨야 합니다. 이같이 계절에 순종하는 기본적 자세가 기쁨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맞이하듯이 나와 너의 관계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 주님은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아버지의 명령대로 산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하십니다. 아들 예수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순종함에 사랑으로 이루어짐을 강조하십니다. 권위에 대한 맹종이나 두려움에서나, 의무감으로 하는 순종은 아름다움을 손상하는 일입니다.

마리아가 천사의 전달을 듣고 순종하신 것은 하느님을 사랑하신 이유에서이지 하느님의 전능한 힘에 굴복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저는 수도원 원장으로 공동체 회원들에게 순종시키는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수도자 각자의 뜻에 순종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어디 가야 하겠습니다." "네, 잘 다녀오세요." "시간이 없어 기도 참석 못 하겠습니다." "네, 알았습니다." 청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그 입장을 생각해서 허락하지만, 그것을 아름다운 순종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형제를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순종하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에 자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사랑 때문에 말을 들어 줍니다.

우리는 생각이나 바라는 것이 서로 다릅니다. 음식을 먹는 습관이나 기호도 다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게 되면 내가 좋아는 것보다 상대가 좋아는 것을 먹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부부도 서로 사랑하며 서로 순종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도 순종의 삶을 강제로 억지로 마음이 없어도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순종하고 공동체를 사랑하기에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도록 순종하며 사는 세상을 꿈꾸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