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지혜 <요한 15, 26-16/4ㄱ>

지식이 많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은 육과 영의 삶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육을 위해 사는 사람과 영을 위해 사는 사람이 구별되는 것과 같습니다. 육을 취하여 세상에 오신 주님은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이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하느님의 영이 오시어 모든 것을 분명히 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지식은 세상의 이치를 육의 질서에 따라 익히고, 배우고, 과학적으로 얻는 것이라면 지혜는 영의 세상에서 마음으로 지식을 넘어 아는 것을 분별하고 행하는 것을 분별하여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슬기롭게 일어나는 일에 바르게 대처하는 힘입니다.

지식만 있으면 고지식하고, 지혜가 있으면 너그럽고, 존재하는 것을 초월하게 합니다. 니코데모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고지식하게 질문한 것같이 “사람은 다시 나야 한다.” 이 말을 듣고 “그러면 사람이 다시 어머니 뱃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합니까?” 주님의 말씀을 지식으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이고 주님은 하늘의 말을 알아듣지 못 한다고 하심같이 영의 작용이 없이는 지혜로운 삶을 살지 못합니다.

지혜는 하느님의 뜻이 있기 전에 하느님 안에 현존하셨습니다. 지혜의 근본은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하느님의 뜻이 드러났으며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통해서 지혜가 드러났습니다.

영적 사람은 성령의 이끄심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며 육적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 들리는 것, 아는 것으로 관례나 관습에 따라 살기에 냉랭하고, 차고, 딱딱한 마음의 소유자로 여유도 없고 옹졸한 마음의 소유자가 됩니다.

지식을 자랑하지 말고 지혜를 자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깊고 높은 영원성을 모르고 지식에만 의지하여 산다면 참 행복을 누리지 못합니다. 철학을 배우고 신학을 배워도 그 마음에 지혜가 없다면 벽돌을 쌓아 놓은 벽돌 무더기뿐입니다. 식자우환이란 말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지혜는 벽돌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집을 설계하고 그 설계에 따라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일이 일어난 대로 판단하거나 실천에 옮기지 않고, 보고 듣는 것 뒤에 숨어있는 것을 보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저는 지식만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혜를 따라 살고 지혜를 전하는 사람으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