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사람 <루카 14, 1. 7-14>

살다 보면 나를 찾아 초대하는 사람이 있어 초대장을 받기도 합니다. 그 초대장은 기쁨을 주는 경우도 있고 슬픔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는 잔칫집과 초상집 초대입니다. 어떤 큰 모임에 초대받으면 제 이름이 적혀있는 자리에 가면 기분이 으쓱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어느 날 김대중 대통령의 본명 축일 축하식장에 초대받아 대통령 식탁 앞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미사 후에 급한 볼일이 생겨 식사는 함께 못했지만, 앞자리에 초대받았습니다.

오늘 복음에 초대받은 사람과 초대하는 사람에 대한 주님의 말씀은 "낮은 자, 낮은 자리, 가난한 자, 장애인들, 다리를 저는 이들, 눈먼 이를 초대하는 사람은 행복할 것이다." 하십니다. 성당 미사에 주님은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성당에는 부자, 가난한 이, 온갖 사람이 초대됩니다. 지정 자리는 없지만 미사 아닌 행사는 자리가 있습니다. 성직자석 수도자석, 사회 유명인사석입니다. 차별 없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기쁨이 넘치는 초대장, 행복이 넘치는 초대장. 수도원 규칙서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합당한 공경을 드러낼 것이며, 특히 신앙의 가족들과 순례자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문지기는..... 누가 문을 두드리거나 가난한 사람이 외치거든 즉시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하거나 강복하소서. 라고 대답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온갖 양순함과 사랑의 열정으로 재빠르게 응대할 것이다.” 저는 요사이 찾아오는 사람, 특별히 시련 중에 있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는데 행복합니다. 저는 문간 지기가 "신부님 상담자가 왔습니다. 시간 있습니까?" 하면 하느님이 저를 초대하는 것같이 "네" 하고 나를 초대한 상담자를 만나면 하느님처럼 그를 대하고 한 시간 두 시간은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그들이 울다가 웃으며 밖으로 나갈 때 “하느님 감사합니다.” 안수를 주고 방으로 가면서 그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기도하며 휴식을 취합니다.

저는 어떤 초대보다 행복하고 40년 사목 생활 중 등한히 했던 보속을 하고 있습니다. 피상적 사목 생활이나 편리한 대로 사람을 대한 잘못을 뉘우칩니다.

습관적, 기계적 성사보다 영혼 깊이 마음을 열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심어주는 시간 주님이 나를 초대상에 부르시고 저를 가장 낮은 자리에 살게 하십니다.

주님! 오늘도 내일도 저를 당신의 초대상에 불러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