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받은 일 <루카 12, 39-48>

오늘 기다리던 아빠스님이 한 달 반 만에 돌아오시는 날입니다. 저에게 위탁하고 맡겨진 일을 충실하고 슬기롭게 처신하고 수도원에서 그동안 일어난 일을 제대로 처리하였는지 반성해보는 시간입니다.

우선 집을 비우지 않고 집을 지키고 형제들과 싸우지 않고 별 탈 없이 지냈지만 사건 사고는 일어났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사방의 하수구가 터지고 주방에 물이 들어오고, 예상한 일이지만 형제 고 수사님의 선종, 성당 난방 파이프가 터져 방에 물이 새고 이것저것 해결할 일이 있었으며 사람들의 관리도 섬세하게 병실부터 각 직장 책임까지 보살펴 충실하고 슬기롭게 지냈습니다.

칭찬받을 일만 남았으나 완벽주의자이신 아빠스님 마음에 들 것인지는 하느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입장에서 책임질 일이 있어 충실하고 슬기롭게 처리해야 하지만 하느님께 위탁받은 일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내가 서 있는 땅, 나에게 주어진 귀한 생명, 현존하는 시간과 공간 이용입니다.

아침에 제때 일어나 주님을 찬미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었는가? 어디서나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일을 충실히 하고 있었는가? 생명을 보존하려고 나는 얼마나 생명에 대한 감사와 슬기로운 삶을 살고 있었는가? 그중 하나도 주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였으면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입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재능의 씨앗을 다락에 달아두지 말고 땅에 심어 때를 따라 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귀한 시간을 들여 습득한 재능을 썩히는 사람도 반성의 여지가 있습니다. 습득한 재능을 버려두지 말고 매일 갈고닦아 재능이 향상되도록 피나는 노력이 따라와야 합니다.

하느님께 위탁받은 모든 것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많이 받은 사람에게 요구하시고 청구하신다.” 하셨듯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불충한 종이 됩니다.

저는 오늘도 시간, 공간 안에 주어진 모든 것을 주님의 뜻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