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요한 20, 19-31>

주님이 세상에 주신 표징 중에 가장 분명하게 계시되고 증명된 것은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주님이 예전부터 말씀하신대로 우리 죄를 용서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다시 살아나신다는 말씀대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십니다. 십자가에 죽기까지는 역사 안에 증명된 사실이고 부활은 역사를 넘어 영원으로 연결되는 일입니다.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아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증명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토마스 사도에게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신앙의 본질은 어떤 지적 사고의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느낌입니다. 신은 본질적으로 볼 수 없는 영이십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체험을 하였다 해도 믿음을 전제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 이상의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안다는 것도 거짓이고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을 넘는 것입니다. 시간 넘어 현존하시는 주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시로 알려진 것입니다.

저는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보고 깊이 묵상할 때 마음속 깊이 느낌이 오고 느낌에 따라 믿음이 생깁니다.

오늘 토마스 사도에게 하신 말씀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보고 알려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을 느낌으로 깨닫고 믿음을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을 빛이라 하면 태양 빛을 연상하지만 그 빛은 마음의 길, 영의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기 위해 누가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십자가 뒤에 감추어진 신비를 알아야 합니다.

십자가 뒤에 숨은 신비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주셨다는 신비를 느껴야 합니다. 십자가 밑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저 죄를 지어 십자가 형에 처형된 것만 보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은 불쌍하다고만 생각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지만 무죄한 분이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셨다고 느끼고 “내 탓이요” 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게 합니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하느님의 자비를 십자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자비를 느끼고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하느님 아버지가 자비로운 것같이 자비로운 사람으로 믿음의 삶을 살며 주의 기도문에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란 기도를 드릴 자격이 있습니다.

입술로만 하는 기도는 믿음이 없는 기도입니다. 돌아오는 것이 없어도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보지 않고도 믿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심으로 용서하며 대가 없는 자비를 베푸는 사람만이 참 믿음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이런 행복한 믿음의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