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따라간 길 <마태 8, 18-22>

어제 주일 아침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비 오는 길이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데 누구의 기도 덕인지 비는 오지 않고 파란 하늘이 축복이라도 하듯이 맑은 날 찬란한 햇빛 속에 부산 사직동 성당 우리 새 신부 첫 미사에 후배들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그저 후배들 사랑하는 마음에서 가고 오는 길에 맛있는 것 사줄 마음을 가지고 따라갔는데, 은총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 감동, 감격, 감사와 찬미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얻어먹고, 수도원에 편히 도착해서 깊은 쉼을 하고 따라간 일을 생각하니 그런 복된 자리에 저를 부르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렸습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을 어디까지든 따라나서겠다는 율법 학자가 따라간 사실은 없고 다른 사람을 통해 걸림돌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였습니다. 나는 90이 가까운 나이도 조건 없이 따라갔는데, 그렇게 아름답고 은혜로운 시간이 될 줄을 몰랐습니다. 소박한 가운데 경건하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들에 감동했습니다. 미사 끝 축하식 현장에서 치쁘리아노 새 신부 어머니의 소박한 감사의 말 중에 “자랑스러운 내 아들은 우리 가정을 하느님의 가정으로, 은총의 가정으로 바꾸어 놓은 사람입니다. 바로 오늘 첫 미사를 드린 신부”라고 고백하는 말씀은 ‘이런 일도 세상에 있구나’ 생각하게 합니다. 아들이 수도원 들어가기 전 “가지 마라, 학교 선생 자격증 가지고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데” 어머니 아버지 함께 만류하다가 수도자가 되면서 신자들의 관심에 앞을 보니 참으로 좋은 일을 선택하여 사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아들을 통해 들었고, 배워서 열심히 신앙생활 하면서 오늘의 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씀 속에서 우리 수도원 앞날이 희망찬 공동체가 되겠다는 믿음과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본당의 잔치 분위기도 봉사적이고 희생적인데 놀랐습니다. 언덕 위 작은 성당에서 불편하지만, 한쪽에 앉아서 한 기념 식사는 어느 큰 잔칫집보다도 화기애애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침에 묵상하면서 “따르라. 악을 따르지 말고 선을 따르라” ‘주님이 아니 계신 곳이 아니라, 주님이 계신 곳을 따라가자’ 생각하면서 가야 할 곳, 주님이 부르시는 곳 어디든지 찾아 나서야 하겠습니다.

하느님 따르니 이렇게 좋은 것 보고 느끼게 해주십니다. 주님을 찬미합니다. 휴게소에서 그 많은 사람이 어디를 갔다 오는지 모르지만, 나만큼 은혜로운 곳 갔다가 오는지 바라보다가 또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수도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따라갔었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