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과 나쁜 것의 기준은? <마태 13, 47-53>

필요한 물건이 있어 마트나 사장에 가서 좋은 것 나쁜 것을 보고 선택하는 것은 보편적 행동입니다. 오늘 복음에 주님은 잡은 고기를 선별하는 어부의 행위를 세상 종말에 의인과 악인을 선별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들으면서 조금 두려움에 빠집니다. ‘나는 주님 앞에 가치 있고 보람이 있는 존재인가? 쓸모없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하느님의 눈에 들어 선택받을까?’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의 선택 기준은 권력자, 능력자, 명예에 따라 선택이 아니라 선과 악의 선택이라 생각하니 지금껏 살아온 삶을 계속 살면 주님의 눈에 합당하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수도원과 신학교에 입학 당시 함께 그 길을 가려는 사람은 5명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은행 지점장 아들이고, 한 사람은 서울대 독문과 입학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 똑똑하여 저를 보고 답답해하며 “그래서 어디 무엇이나 하겠느냐?” 하던 사람이고, 한 사람은 정상적 신앙 가정에서 태어나 사제가 되겠다고 입문한 사람이었으며, 그중에 저는 중등교육도 받지 못하고 겨우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부자부터 힘 있는 사람과 능력자, 인기가 있는 사람 순으로 신학교와 수도원을 떠나 1963년도 혼자 남아 수도서원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껴서 해야 할 일, 시키는 일을 순종하며 오늘까지 왔지만, 끝 날은 아니니 조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선택하신 분께 신뢰심과 사랑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 아버지의 선택에 몇 가지 예를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어떤 교구의 주교님이 자신이 속한 교구가 잘되어 감사 기도를 드리던 중 어떤 수녀원의 의로운 수녀님 기도 덕분이라는 것을 꿈에 보게 되었는데 그 수녀원을 찾아 수녀님을 만나기 위해 원장 수녀님에게 부탁하니 수녀원에서 열심한 수녀부터 그 수녀원의 수녀들을 다 보여드렸습니다. 더는 없다고 하려다가 아주 보잘것없고, 능력도 없어 수녀원에서 내보내려다 가련해서 주방 한구석에서 매일 감자나 깎으며 살게 한 보잘것없는 수녀를 보여드리니 주교님 “바로 이 수녀입니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광안리 올리베따노 수녀원 지도 신부를 3년 하는 동안 침상에서 17년 누워 생활하시는 수녀님에게 봉성체를 하고 나오려 하니 “신부님 저를 보시니 딱하고 불쌍하지요. 아니요, 제가 이 집에서 제일 큰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일치와 수녀원의 발전을 위한 저의 기도가 가장 힘이 있습니다.” 과연 지금 생각하니 그 수녀님의 기도가 수녀원을 활기차고 성스러운 공동체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잘 것 없는 권력, 미미한 존재로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위치에 있고 나이 들어 이름도 없는 존재이지만, 저 나름대로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아침저녁 기도시간에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기도하며 이 공동체, 이 나라가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에 속하도록 기도합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며” 자유와 평화와 사랑의 나라에 모두 행복하게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