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세상 머물다 가는 세상 <루카 12, 13-21>

아무리 유명하고 보고 싶은 곳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왔던 장소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생은 구름 같은 세상입니다. “인생은 나그넷길”이란 노랫말처럼 온 곳도 모르고, 갈 곳도 모르니 나그네는 어디에도 정을 주지 않으면 이별도 없습니다. 내 손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구름처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인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것에 목을 매고 살아갑니다. 죽음이란 예약해놓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살아있을 때 필요한 것들이지만 죽으면 저에게 의미가 없는 것들입니다. 죽으면 소중하게 여기던 이 몸도 불에 들어가 연기와 재로 변화되고 땅속에 묻히고 감추어져서 잊히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이 삶이 생명을 지니고 사는 사람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여기가 아니라 저 너머 세상입니다. 우리 조상 선배들이 가신 곳, 내가 왔던 그곳으로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고 안착할 곳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 “하느님의 나라” 이런 것들이 모두 그림자처럼 비추어 지고 있지만, 영원히 머물고 누리고 살아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깨닫고 참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질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진실이 없는 삶은 자기 몫을 챙기려고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사람입니다. 있는 그대로 살면서 서로 나누며 살아야 합니다. “있을 때 잘해”란 말은 가진 것을 자기 주머니, 자기 금고에 두지 말고 너를 위해 내주는 것입니다. 어제 어떤 분이 미생물 샴푸를 3개 보내와 아빠스님 방에 가서 드리고 “신부님 꿀 필요하지 않아요?” 하시기에 “네” 하니, “꿀” 자만 귀에 들어와 꿀을 구해달라는 말로 들었는데 주시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오면서 되로 주고 말로 받고 나오는 격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있으면 자기 창고나 주머니에 넣어두지 않고 나눌 때, 주는 사람 행복하고 받는 사람 행복합니다.

아주 젊었을 때 그 지역의 부자 한 분에게 대세를 주게 되었는데 죽게 된 자기 운명을 한탄하며 이렇게 많은 돈을 모으려고 고생했는데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죽게 되어 답답하고 슬프다고 하시기에 “아니요, 그 많은 것 없어지지 않고 당신의 사랑하는 부인, 자녀, 형제가 잘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재산을 모으는 것은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한 것입니다.” “내가 마련해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냐?” 손에 움켜쥐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어도 죽은 사람 손을 펴서 살아있는 사람이 거두어 갑니다. “그러기 전에 살아서 가진 재산으로 잘 먹고 잘살아야지” 하고 움켜쥐고 살면 “수전노, 깍쟁이” 소리만 듣고 비난의 대상만 됩니다.

세상은 세상대로 질서와 가치가 현존합니다. 진실과 사랑의 마음으로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이끄시는 주님의 뜻을 하늘에서 이루신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