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자유와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자리 <루카 14, 1. 7-14>

행복한 사람은 높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흔들고, 떨어져 죽거나 상처를 깊이 받게 됩니다. 더구나 높은 자리를 탐하여 오르고자 하면 끌어내리는 손이 많아지고 오르지 않으려는 사람은 끌어올리려는 사람 손에 의해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고 하늘을 날도록 하지 않으신 것은 산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조선 시대는 매관매직이 성행하였다고 합니다. 돈이면 관직도 사고팔고 하며 높은 자리에 올라도 그 자리를 유지할 능력이 없으면 그 자리가 고통의 자리였습니다.

나무 타는 재주가 있어 감나무를 타고 오른다 해도 높이 오르려다가 떨어지게 됩니다. 감나무는 쉽게 부러지고 꺾기는 성질이 있습니다. 자신의 재주도 믿을 수 없습니다.

자기 자리에 만족하고 위치에 대한 욕심을 보이지 않으려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욕망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최고 자리가 탐이 나서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르려 하면 부정부패에 연루되기 마련입니다.

요사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내려와라” “물러나라” 소리 듣고, 가장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살해당하고, 자살하고, 온갖 욕 먹고, 가장 비참한 상태에 있는 것을 보면서 복음 말씀의 타당함을 느끼게 됩니다.

인생의 끝자락에 와서 생각하니 항상 이 자리가 내 자리였다는 것을 느끼며 감사합니다. 그러면 높이 오르는 때가 언제일까요? 그때는 지금 내가 나의 위치를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을 때입니다. 높은 산을 오른 사람도 바닥으로 내려와야 평상시의 삶을 살고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고 사는 것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수도원 최고 장상으로 있다가 은퇴한 다음 저를 찾아와서 “이제 나는 참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당신을 찾아와서 이렇게 함께 있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몇 개월은 함께 등산도 하고 저수지에서 수영도 하고 먼 거리를 함께 걸어 산책도 하고 서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참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높은 자리를 탐하지 말고 있는 지금 있는 자리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의 성부, 성자, 성령의 일치를 묵상하며.

“높고 낮음도 먼저 계시고 후에 계신 차별도 없이 온전히 하나입니다.” 하느님을 본받는 삶을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