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관면 <루카 5, 33-39>

우리가 지켜야 할 일을 두 가지 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율법과 자연의 질서입니다. 자연 질서는 우주 창조 때부터 지켜야 하는 하느님의 법이며 사람들의 편리한 삶을 살게 하려고 만들어진 것이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합의로 다르게 행해져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주님께 항의하며 “당신의 제자는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 하면서 비난했습니다. 주님의 대답은 혼인 잔칫집을 비유하면서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오면 기도와 단식을 한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교회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법이 있습니다. “금요일 고기를 먹지 마라. 국물도 마시지 마라. 주일에 일하지 마라” 등 하지 말라는 법을 어길 때 죄가 된다고 해서 때에 따라 풀어주고자 하느님의 자비심에 따라 교회는 관면을 주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주일날 성당 사제가 성당 앞에 나오면 일할 관면을 청했습니다. 뒤에는 성당에서 미사 끝에 관면을 청하는 손을 들면 관면이 되어 일할 수 있고, 금요일 고기를 먹어야 할 일이 있으면 관면을 청하고 먹으면 죄가 안 되고 청하지 않고 먹으면 죄가 된다고 하다가 외출 시에 고기를 먹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집에서도 명절이나 축일, 귀한 손님이 올 때 손님은 먹을 수 있고 주인은 먹지 않았습니다. 결혼도 교우끼리 해야 하고, 아니면 관면 혼배 하여 혼인을 허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회 안의 법을 따라 살아야 하지만, 관면을 통해 사랑이 우선한다는 원칙 즉, 하느님의 자비로 사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법으로 다스릴 때 정상을 참작하고, 문제의 본질을 따져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다름을 판단할 때 정상을 참작하고 사랑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의가 최우선이 아니라 사랑이 정의를 우선합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을 성격 다름을 놓고 서로 부정하거나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서로 떨어져 나가면 사랑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 “신랑이 함께”를 “사랑이 함께”라고 하면 법과 관면을 이해하고 정의와 사랑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서로의 많은 갈등을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믿음, 희망, 사랑이 있지만 그중에 사랑이 최고입니다.” 하는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13장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노랫말처럼 “사랑밖에 난 몰라”란 말을 각 사람의 마음 깊이 간직하고 사랑을 공동체 안에서 실천합시다. 하느님의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하고 사는 삶이 모든 규칙이나 법이나 정의를 넘어 실천하고 사는 것이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입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이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랑으로 행동에 옮기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