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죽음이 주는 깊은 뜻 <요한 3, 13-17>

주님이 하느님으로 세상에 오셔서 십자가의 죽음으로 구리 뱀처럼 높이 달려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셨듯이 인류의 참 구원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은 자신의 몸을 내주시고,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하셔서 본래 의미를 보여주시고, 우리는 십자가 없는 구원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님의 십자가 죽음이 없어도 쉽게 말 한마디로 세상을 없는 가운데 창조하신 것같이 인류의 모든 어려움을 말씀 한마디로 구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구심을 가집니다.

첫째) 말로써 구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따라야 함을 알려주시고 죽어야 할 운명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 죽음이 없으면 참삶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둘째)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곳으로 인도되는 길임을 알려주시며 믿는 사람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길입니다.

셋째) 죽음이 없으면 꽉 막힌 길을 뚫고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삶을 더 윤택하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높은 언덕도 깎아내리고, 막힌 산도 뚫고, 터널을 만들고, 통나무를 깎아 아름다운 조각품 만들어내려면 사람의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돌을 깎고, 갈고, 떨어져 나가는 부분이 있어 아름다운 조각품이 나옵니다.

넷째) 죽음이 없으면 참사랑을 증명할 길이 없습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시어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과 밤낮 사랑한다고 말해도 사랑의 표징을 보여주지 않으면 립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정치인의 공약, 듣기 좋은 말, 임시로 손에 쥐여 주는 생활 보조금, 젊은이들의 사치와 낭비 정신만 키우고 땀 흘려 일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희망이 없어집니다.

수도원에 여러 일자리가 있는데 각 소임 지에 책임자가 있어서 어느 자리는 외적으로 더 드러나고 더 힘 있는 일자리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으면 자기 우월감에 빠져 능력 없는 사람에게 어깨 힘을 주며 살고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 있든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습득하지 못하면 일을 잘하는 것 같아도 하느님 앞에는 별거 아닙니다. 공동체의 삶이 서로 사랑이 되려면 자기는 그곳에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을 자유와 평화와 기쁜 중에 맞이하고 죽음 뒤에 영원한 생명이 있으며 이 세상에서 맛보지 못한 세상에 살 것을 알려주십니다. 그 나라는 믿음과 희망을 넘어 사랑만 현존하는 세상입니다. 그 죽음의 고비를 넘은 그들을 불쌍히 여길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삶에 허덕이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실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모든 성인 성녀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