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루카 9, 43-45>

십자가를 바라볼 때 ‘저기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주님은 왜 무슨 죄로 형벌을 받으셨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 “사람의 아들은 사람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두려워서 묻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신 주님의 죄는 우리들의 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힘없이 죄인으로 몰린 주님처럼 우리도 죄인으로 몰릴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세상에서 누구나 평범한 자리에 있으면 아무도 그를 보고 이러니저러니 하지 않고 지나갑니다. 오늘 주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가장 강한 분으로 보이셨고 막강한 힘을 보이셨지만, 그들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십자가에 처형하였습니다.

주님은 세상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원칙을 벗어나 능히 죄 없음을 증명할 수 있어도, 하늘이 큰 힘으로 제지할 수 있어도 그대로 사람 손에 넘겨져 갖은 고통을 당하시고 죽음에 임하셨습니다. 억울하게 당하는 고통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정의를 위해 저항하고 싸우라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순한 양처럼 십자가의 고난에 참여하여 그 길이 우리를 살리는 길인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복도에 있는 십자가를 잡고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당신이 지고 가셔서 죽음에 이른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게 하시고, 힘없고 억울하게 당하는 십자가의 고난에 함께하게 하시고, 모든 사람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함께 가게 하소서.” 그러면 오늘 하루 감당하지 못하는 고난도 참고, 견디고, 힘없어 당하는 어려움도 극복하며 주님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는 유전유죄, 무전무죄의 진실과 사랑의 나라인 것을 오늘 복음의 비유로 알게 하십니다. 있는 사람은 죄인이 되고 없는 사람은 무죄한 사람이 됩니다.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예언자를 통해 전해주신 진리입니다. 그러니 저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주님을 떠날 수 없습니다.

두려움 없이 이 말씀의 뜻을 알아듣고 살도록 이끄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