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에 사는 사람? <루카 10, 1-12>

오늘 복음에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시며 “그날에는 소돔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하느님 나라에 살려는 사람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신 것같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분명 하느님의 나라는 자유, 평화, 기쁨이 넘치는 나라이지만 자유를 얻으려면 자유를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야 하고, 평화를 누리려면 힘을 기르고 능력이 있어야 하고, 기쁨을 누리려면 슬픔의 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함께 사랑하며 기쁨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느님 나라와 같은 나라에 살려고 하는 사람은 자유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하고, 평화를 누리려는 사람은 가진 바를 나누어 주어야 하고, 기쁨을 누리려는 사람은 자기를 내어주어야 참사랑으로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주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우리에게 주시려고 십자가에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거저 얻은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도 그 안에서 살려면 십자가 죽음의 고통을 통해 얻게 됩니다. 믿음은 “믿나이다.”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살아야 합니다. 믿음은 생각하고 말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실천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살고자 수도원을 찾은 사람은 의지만으로 되지 않고 살아내야 합니다. 순명, 청빈, 정결을 살면서 하느님이 주시는 참 자유, 참 평화, 참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수도원을 처음 찾아온 사람에게 “지내보시니 어떻습니까?” 물으면 “평화를 느낍니다.” 돌아가시면서 다시 와서 “이 기쁨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합니다. 아마 수도자들의 삶이 배어 나오는 것을 느꼈나 봅니다.

내가 사는 나라, 내가 사는 가정 공동체가 “너 때문에 살기 힘들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야.” 하거나 “이런 곳은 가정도 아니야”하고 남을 탓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내 탓입니다. 어떻게 보면 더 힘 있는 사람, 가진 것이 많은 사람, 명예와 존경을 받은 사람의 탓이 더 크고 나 자신의 탓이 더 큽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받았으나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할 것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이기적이고, 야망에 빠져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받은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 아침 찬미기도 찬미가에 나옵니다. “동녘에 아침 해가 솟아오르니 오늘도 우리의 말과 품은 생각에 아무런 티 없도록 지켜주시길 주님께 두 손 모아 비나이다.”

“말씨, 눈, 움직임을 헛되게 하지 마시고, 우리 맘 속속들이 씻어주시고, 노하고 성낸 마음 가라앉히고, 멋대로 먹고 마시지 않게 하시고, 우리 마음 오만에서 구해주소서.” 하루해가 저물면 오늘도 올바로 살아 “주님 영광 찬미 드리세.”하고 기도하듯이 믿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살며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