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며 <루카 17, 20-25>

우리는 매일 주의 기도를 바치며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며” 기도합니다. 또한, 세례자 요한부터 주님의 첫 선포 말씀은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오고 있다.” 구약의 하느님 나라의 개념과 신약의 개념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인가?” 하면 쉽게 하느님이 계신 곳, 하느님과 함께 하는 곳이라고 말하면 맞는 말이지만 “그 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할 때 성경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실패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찾는 방법과 생성의 원리를 말씀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규정짓는 것처럼 분명한 의미를 알기 힘듭니다. “가난한 사람이 하늘나라에 간다.” 좋은 땅에 씨를 뿌려 열매를 맺는 것, 겨자씨를 심어 성장하는 원리를 말하고,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고 하십니다.

하늘나라는 그물과 같으며 좋은 것 나쁜 것 가려내는 것과 같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 자신이며 세상의 하느님 나라는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그리스도입니다.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주님을 따르고 주님의 삶을 사는 사람이 하느님의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나라인가입니다. 그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는 볼 수도 없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보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을 받아야 한다.” 말씀과 같이 마치 깊은 터널을 지나야 저쪽 밝은 세상을 볼 수 있듯이 난관을 극복하는 사람만이 하늘나라를 알고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은 진, 선, 미로 세상에 오셔서 왕으로, 사제로, 예언자로서 말씀하시고 실천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 부활의 영광에 초대하셔서 하늘나라에 살게 하십니다. 그 나라는 자유와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 살려면 자격증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자유를 누리려면 계명을 지키고, 평화 속에 살려면 이기심을 버리고,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참 기쁨을 누리고 살려면 고통을 극복해야 합니다. 오늘 수능시험 치르는 날입니다. 시험에 좋은 성적을 얻고 기쁨을 만끽하려면 이미 시험 전에 밤샘 공부를 해야 합니다.

수도자 삶의 본질은 하느님 나라에 사는 것입니다. 여기 살기 위해 자기 봉헌의 삶이 먼저 요구됩니다. 자유를 위해 순명 서원, 평화를 위해 청빈 서원, 기쁨을 살기 위해 자기 욕망을 억누르며 순결의 서원을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물으면 “내 안에 있습니다.” 대답하지만 “어떻게 있습니까?” 하면 하느님과 함께하지만, 그 나라의 본질을 모르고 그저 믿음으로 산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사는 사람은 자유, 평화, 기쁨을 누리고 사는 사람입니다. 나라가 하느님의 나라가 되고 거기에 살려면 자유, 평화,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최상의 자유는 헌법을 지키는 사람의 것입니다. 평화는 차별 없고 모두가 잘사는 나라입니다. 사회주의 나라는 분배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민주 자본주의 나라는 가난한 마음으로 나눔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볼 수 없는 나라가 아니라 볼 수 있고 모두 함께 사는 나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 나라에 살고자 하면 지금 이 시각에 누릴 수 있는 나라에 살아야 합니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닙니다.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