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을 사랑하시는 하느님 <요한 8, 1-11>

죄인을 사랑하지 않고 죄인을 벌주려고 하셨으면 세상에 오시지 않고 지엄한 판관으로 죄인은 악마가 들끓는 지옥으로 가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죄인을 사랑하셔서 세상에 오시어 십자가의 죽음까지 받아들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극적 상황은 선은 상 받고, 악은 벌 받는다는 상식적 생각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합니다.

아담이 죄를 짓고 숨어있을 때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하고 부르시고 낙원에서 쫓아내셨다고 하지만, 상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부활전야 촛불을 놓고 부활 찬가를 부를 때 성 아우구스티노의 찬가 중에 아담이 지은 죄를 “오! 복된 탓이요, 너로서 하느님이신 구세주께서 오셨구나!”하고 노래합니다. 하느님은 죄인에게 상을 주시는 분입니다. 아담의 죄는 은총이며 하느님 사랑을 받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죄를 지으면 벌 받고 지옥에 간다고만 알고 있지 뉘우치는 사람은 지옥에서 하느님은 건져내시겠다고 시편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편에 의인은 악인들의 무리에 섞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선과 악이 공존하지 못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은 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수도 공동체 안에서 60여 년을 살면서 “너는 안 돼” “나 같은 것은 여기에 살 수 없어” 하면서 내보내는 것을 볼 때 못나도 종신서원하고 함께 살자고 했으면 데리고 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점 없는 사람 없으며 사람이 약점이 없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느 날 가난한 사람의 호소문을 보고 도와줄 기회를 찾고 있으니 “신부님! 잘못하면 속습니다.” 저는 “속아도 어려운 사정 하나만 해도 도와야 합니다. 속이는 사람은 속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난을 극복하려고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정착촌의 여인들, 양아치들의 소굴 모두가 잃어버린 양이 아닙니까? 수도원을 나가 밖에서 생활하는 형제들이 돌아온다면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신부님! 저는 다른 것은 다 인정하고 받아들여도 저 사람만은 안 되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며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세상에 오셔서 아무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바오로 사도와 같이 에페소서 3, 19에 “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빕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하느님의 온갖 충만함으로 충만해지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으로 충만하기 위해 오늘 복음의 내용을 깊이 깨닫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지만, 그 지식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