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은 다 드러난다. <루카 12, 1-7> 10월 16일

하느님 앞에 숨겨진 비밀은 하나도 없으며 세상에도 비밀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죄를 짓고 숨을 곳은 없습니다. 우리는 무서우면 피하여 숨으려고 하지만 하늘과 땅 사이에 숨을 곳은 없습니다.

오늘 하느님은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라고 하심은 하느님 앞에 숨길 비밀은 하나도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같이 세상도 숨겨진 것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비밀을 권력으로 숨기고, 돈으로 숨기고, 명예로 숨기려고 하지만 모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바라는 것이 자유스러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어둠 속에서 행한 일은 빛 가운데 나오면 드러나고, 등 뒤에서 행한 일은 앞으로 나오면 드러나게 됩니다. 죄를 더하는 죄는 자기 잘못을 거짓말로 덮으려는 행위입니다.

사람은 속이고 속고 살지만, 하느님은 속이지도 못하고 속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의 심판은 검사가 죄를 찾아내는 것처럼 하시지 않고 그 앞에 나가면, 있는 그대로 보이고 알려지는 것입니다.

누룩은 숨겨진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풀어 오르는 밀가루를 보면 누룩이 들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소금이 음식에 들어가서 보이지 않지만, 맛을 보면 소금 맛을 느낄 수 있듯이 숨겨질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말은 비밀이다.” 하는 말이 더 크고 넓게 드러납니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더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제저녁 혈압도 오르고, 기운도 빠지고, 어지럽고 힘이 들어 응급실로 가야겠다고 병실 책임자를 불러서 혈압도 재고, 혈당도 재고, 열도 점검하면서 몸을 점검하다가 ‘이대로 죽으면 사람들이 방에 들어와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고 ‘아침에 병원에 가야지’ 하고 잠을 청했으나 선잠을 자면서 수술받는 꿈도 꾸고 많은 형제 앞에 있는 꿈도 꾸며 아침에 일어나 그대로 있을까 하다가 힘을 내어 일어나서 움직이니 몸이 움직여져서 기도하고 아침 기도, 미사까지 드렸습니다. 그러나 피부과 병원에 가야 했기에 병실 형제에게 나를 병원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노인들의 생활입니다. 항상 죽음을 준비하고 산다고 하면서 어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 또한 약한 인간의 참모습이었습니다.

어제 주님께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 내일, 월요일, 화요일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하고 기도했습니다. “참새보다 더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 오늘 하루 주신 것 감사합니다. 모든 것 당신의 것이며, 당신으로 인하여 존재하며,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켜주소서. 주님의 집에 갈 때까지 깨끗하고, 순결하고, 아름답게 살며 가도록 기도합니다.”

비밀을 지키려고 거짓말, 윽박지름으로 더 더럽고 징그러운 사람으로 남지 말고 죄를 뒤집어쓰고 깨끗하게, 이름답게 보이며 사람답게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