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시대의 도래 <루카 12, 54-59> 10월 23일

주님이 오심으로써 세상은 변화가 일어나고 삶의 태도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주님이 오셨는데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시대에 적응하지 않고, 자기 삶을 고집하고 사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너희는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하시며 현실 파악을 바로 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역사적 인간이지만, 옛 역사 안에 살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 시대이며 노예나 머슴을 부리는 시대에 살지 않아야 합니다. 누구에게 매여있지 않고,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자유를 누리며 살아야 합니다.

권력자는 국민을 권력으로 누르고 힘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가며 민주적 결의에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교회도 왕권주의 관리가 아니라, 시대의 징표가 자유라면 협력적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야 합니다. 예전에 선교사들이 한국 땅에 들어올 때 신자는 종과 같고 신부님은 양반이어서 신자를 대할 때 주인과 종의 관계로 대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신부님은 양반 노릇을 해서 얼마 전까지는 신자를 종으로 보아 신자들에게 반말하던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민주주의 시대, 차별 없이 오히려 사제는 본당의 주인이 아니라 그 지역 교구 주교에게 파견된 일꾼입니다.

제가 보는 견해이지만 전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학자이며 보수적 권위주의자이어서 시대의 바램을 이기지 못하여 사임하셨습니다. 오늘의 현실에 적응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어 교황 궁에 살지 않고 손님 집에 거처하시며 교회의 잘못을 전 세계에 사과하고 창녀촌에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가난한 사람들 안에 살고 계십니다. 우리는 왕정 시대에 살지 않고 한 사람의 권력 밑에 굴욕적으로 사는 시대가 아니라, 삼권 분립된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어 자기 직무에 충실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수도원도 공의회 이전에 수사와 성직자의 옷부터 차별이 있었고 생활도 전에는 수련도 따로 받았으나, 지금은 차별 없이 함께 교육을 받습니다, 의복도 같고 각자 자기 직무에 따라 기도하며 일합니다.

못 알아듣는 것은 오늘날처럼 글로벌 시대에 어떤 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패권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서로 협력해서 서로 잘살고 멋있게 살고 맛깔스럽게 평화와 행복 속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나라 위에 있으려고 싸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주님이 오신 후의 세상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필요가 되어 주고, 지난날의 잘못은 용서하는 자비로운 삶을 살아야 시대의 증표를 알고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증표를 잘못 알기에 “옥에 갇혀서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 말의 깊은 의미는 시대의 증표를 잘못 읽고 잘 살지 못하면 자기가 만든 교도소에 갇혀서 나오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독재자는 자기 독재에 취해서 나오지 못하여 죽을 때까지 고생하게 됩니다. 친일파 문제는 36년 동안 그 시대에 산 사람은 일본 사람에게 고통을 당하지 않은 사람 없으며 친일하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그 시대에 산 사람을 자비롭게 보아야 합니다. 6.25를 겪지 않은 사람은 공산주의를 모릅니다.

우리 각자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스스로 깨닫고 바르게 살고 하느님 나라의 이치대로 살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유, 평화, 기쁨이 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