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는 나누어 받아야 한다. <마태 25, 14-30> 11월 15일

어떤 지방 교회에 새 목사님이 부임하는 날, 오시는 분은 상당히 유명한 목사였다고 합니다. 모두 분주하게 새로 부임하는 목사님 맞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교회 문 앞에 어떤 남루한 옷을 입고 길에 앉아 동냥을 청하는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신자가 지나가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가 서로 앞자리에 앉으려고 경쟁했습니다. 그런데 오신다는 목사님은 제시간이 되어도 오시지 않아 모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목사님이 오십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와 모두 뒤를 돌아보는데, 조금 전까지 문 앞에서 구걸하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모두 놀라서 바라보는데 그 목사님은 천천히 강단에 서서 “제가 아무개 목사입니다.”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일정을 다음날로 미루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내가 참 그리스도 신자인가? 반성해 봅시다.” 저는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았는데, 사람들이 너무나 무관심하게 교회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한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 깊은 곳에 뜨끔한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후로 길가에 앉아 구걸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생각이나 입으로만 신자일 수 있습니다. 주님이 몸소 십자가를 지신 것같이 몸으로 신자여야 합니다. 저는 1954년도 수도원을 청원자로 입회한 후 선배 아니, 부모 같은 선배, 신부 수사님들이 보여준 모범을 깊이 기억하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사목하던 지방은 말 그대로 가장 가난한 농촌 지역이고 나환자가 제일 많은 곳이었습니다. 왜관 지역 삼청동, 성주지역 용봉동, 상주지역 두 군데, 모두 네 곳에 정착촌을 세워서 그들을 돌봤습니다. 지금은 나라가 그들을 도우며 잘살고 있습니다. 저도 남 신부님을 따라 수련 때부터 삼청동에 자주 가서 지금도 그곳에 가면 그때 찍은 사진을 들고, 보고 싶었다고 사진을 꺼내 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후 저는 소록도 나환자 정착촌을 비롯한 다섯 군데 정착촌을 찾아가 피정도 시키고, 생활도 함께하고, 기도도 하고, 믿음의 힘을 전해 준 일도 있었습니다. 또한, 가난한 집 자녀들을 공부시켜주고, 어떤 경우는 전체 생활을 돌봐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돌봤습니다. 그래서 우리 수도자들이 사목하는 곳은 전교도 잘되고, 많은 사람이 성소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선배들의 업적을 우리도 따라 살아야 합니다.

평신도란? 세례성사 때 이마에 크리스마 기름을 바르며 그리스도의 왕 직, 사제직, 예언 직을 받았으니 그로 인해 봉사와 나눔과 친교를 실천하면서 신자 생활을 하도록 불림을 받았음을 의식하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받은 탈렌트를 자기 안에 성장시키고, 더 많은 것을 받고, 봉사와 나눔, 친교의 삶을 살지 않으면 “주여! 주여!”하는 소리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이 오늘 복음에 한 탈렌트 밖에 못 받았다고 땅에 묻어두는 어리석은 종처럼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남을 도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돕는 가장 좋은 도구인 손, 발, 입과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