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평가는 죽음 뒤에야 알게 된다. <요한 8, 21-30> 3월 28일

“수도자가 잘살았는지는 관 뚜껑을 덮고 나야만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사는 것 같아도 수도원 밖에서는 의미를 상실합니다. 오신 분이 참으로 하느님이시고 오실 분인지는 십자가에 달리신 다음에야 드러나신다는 말씀은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실과 실천 여부입니다.

아무리 공약을 잘해도 끝 날에 무엇을 바로 실천했는지를 알아야 그 존재의 가치가 드러납니다.

어려서 천재 소리를 아무리 들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천재라도 희미한 존재가 됩니다.

운명을 잘 보는 사람이 있어 두 아들을 놓고 형은 제상감이고 작은아들은 거지가 될 운명이라 했지만, 후에 동생이 제상이 되고 형은 거지가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노력 여하에 달려 결과가 나오고 죽기를 한하고 일하는 사람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믿기만 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믿음은 사라지고, 믿는 대로 기도하는 사람은 믿음이 더욱 성장해서 겨자씨같이 땅에 심어져 크게 자라서 뭇 새들의 안식처가 됩니다. 주님은 당신을 알아달라고 사정하지 않고 결과를 보고 알아보라고 하십니다.

벨라뎃다 성녀를 알아보지 않고 그 기적적 사정을 인정하지 않던 원장 수녀는 늘 성녀를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다가 하루는 벨라뎃다 성녀의 무릎을 보고야 그 희생적 삶이 참고행이고 성모님의 전달이 진실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엎드려 무릎 꿇고 청소해서 무릎에 피가 난 상처를 보고 ‘이분이 참 성녀구나’ 생각하며 루르드의 기적을 믿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이루어진 현실을 보고야 많은 사람이 주님에게로 향하고 하느님이 사람이 되심을 믿고 따랐듯이 오늘도 주님을 전하고 하느님 나라를 산다고 하는 사람이 다른 이들보다 호화찬란하게 살고 편하게 살면 그를 보고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십자가를 들지 않고 승리자의 깃발을 들고 흔들면 아무도 주님의 참 현존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참믿음을 갖지 못합니다.

어제 수도원 장상들과 긴 여행길을 밤늦게까지 다니다가 현대 수도원의 현상을 놓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그라지는 수도원의 현상은 세상과 함께 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더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면서 주님의 십자가 의미를 각자의 몸에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불편한 삶을 참고 사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게 사는 것입니다. 늙어서 늙음을 참고 사는 것이 아니라, 늙음을 즐기며 사는 것입니다. 저는 더 하느님 일을 해야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눕고 싶어도 일어나고 성당에 아침기도 하러 가는 것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오늘도 아침 9시부터 상담하고 기도하는 시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요사이 저는 매일 저녁 편안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죽음을 준비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끌어안고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