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길을 가는 사람과 모르는 길을 가는 사람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요한 14, 1-12> 5월 7일

저는 길을 떠나면서 동쪽으로 가느냐 서쪽으로 가느냐를 알고 길을 가지만, 요사이는 지명만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지시하는 대로 길을 떠납니다.

우리는 길을 떠난 나그네입니다.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남보다 넉넉한 것을 갖고 남보다 이름 있는 사람으로 살려고 하지만, 주어지지 않으면 맴돌다가 세월을 다 낭비합니다. 믿음의 길은 오전이 있고, 정오가 있으면 저녁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옛 소련에 땅을 많이 갖고 싶어 하는 청년이 땅 부자에게 소원을 이야기하며 많은 땅을 구한다고 하니 시베리아 넓은 땅을 갖고 싶은 만큼 준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갖고 싶은 만큼 눈도장 찍고 저녁에 돌아오면 다 당신 땅이 된다. 단, 해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라고 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청년은 점점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갔다가 돌아가야지’ 하다가 저녁때가 되어 돌아갈 길을 찾아서 가려고 하니 이미 해는 서산에 걸리고 길은 멀고 하여 허둥지둥 길을 달려 서둘러 갔지만, 이미 해는 서산을 넘어 밤이 와서 많은 땅을 밟고 “내 땅이다.” 했지만, 길거리에서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분명 이 청년은 욕심만 있었지 길을 모르고 떠나 돌아올 시간을 놓쳐서 모든 것을 헛되게 했습니다. 가고 싶은 곳 다 갈 수 없으며 갖고 싶은 것 다 가질 수 없고 누리려고 하는 것 다 누릴 수 없습니다. 가야 할 길을 알고 길을 떠나야지 모르고 길을 가면 돌아올 길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알고 보면 누구나 열심히 살고 진실하게 살며 하느님 사랑 받고 살고 싶다고 하며 열심히 기도한다고 하지만, 내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좋은 것 같아서 해야 하고, 갖고 싶어서 누리려고 하지만, 시간을 놓쳐서 가지 못해서 갖지도 못하고 누리지도 못하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침이 돌아와도 아침은 그대로 있지 않습니다. 길이 있어도 돌아올 길을 알고 가야 합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듯이 길을 알고 시간을 보며 욕심내지 말고 갈 만큼만 가고, 가질 만큼 갖고, 누릴 만큼 누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고, 아침이 있으면 저녁이 오고, 낮이 있으면 밤이 옵니다.

지나치게 욕심내고 많이 가면 되고 많이 취하면 되는 줄 알지만, 지나치면 짐을 질 수 없고 가져가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믿음의 길도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옷이 있습니다. 내 신분에 어울리는 것을 알고 살아야 합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했습니다.

자신을 알고 가늠하며 갈 길을 가고, 가질 것 가지고, 누릴 것 누리며 지혜롭게 살고 자기가 모든 일의 주인이 되어 알고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