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희망은 세상이 아니다. <요한 16, 16-20> 5월 18일

아무리 세상이 잘 꾸며지고 살기에 편해도 세상이 주는 모든 것은 한계가 있고 아무리 잘 지은 집도 못 쓰게 되고 다시 고쳐서 사용하고 버리게 됩니다. 귀하다고 생각하던 몸도 늙고 망가져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고 기구에 의지해야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사람은 죽지 않고 사는 것이 소원같이 보이지만, 인도의 나이 많은 사람에게 소원이 무엇인가 물으니 죽는 것이라 했다고 합니다.

삼성의 회장이던 사람이 돈이라면 돈, 권력이라면 권력과 명예라면 명예가 있었지만, 삼성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투병할 때 자기 처지를 한탄하던 이야기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성호를 놓으면서 주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 것에 감사하며 주님을 맞이하고, 영원히 함께 살 것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합니다. 마음 편하게 “주님, 이 몸을 주님에게 맡기나이다.”하고 세상을 떠나 주님이 마련한 나라로 가게 됩니다.

한순간 잠시를 참지 못하고 근심하겠지만, 잠시 지나면 근심이 변하여 기쁨이 된다고 합니다. 그 기쁨은 영원한 기쁨입니다. 우리 수도원 지하 성당에는 저와 70년, 60년, 50년, 40년을 함께 살면서 웃고 울며 기쁨과 슬픔 나누던 형제들의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살고 꾸민 수도원, 나누던 말은 다 지나갔지만, 시간이 지나 주님 앞에서 함께 만나 오늘의 시간을 이야기하고 믿음을 고백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요사이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졌다고 개신교 목사님들이 이야기하는데, 저는 있어야 할 일이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개인의 끝날이 오듯이 지구의 끝날도 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날이 있습니다. 우리는 끝날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끝날이 없는 것처럼 사는 어리석음도 아니요, 그날이 온다고 절망 속에 사는 것도 아니요, 다만 준비된 삶을 살면서 기다리며 살아야 합니다.

천년이 하루 같이 지나가는 시간에 할 일을 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기를 기도합니다. 남는 것은 믿음, 희망, 사랑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