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이다. <마태 9, 9-13> 7월 7일

교회는 천국이 아니라 천국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교회는 나그넷길의 목적지가 아닙니다. 쉼터 안식처가 되어도 완전히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다만 성령의 이끄심으로 진실과 사랑의 나라로 나아가고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는 자비로운 하느님의 현존 아래 인간이 수많은 죄를 짓지 않게 하는 곳이 아니라, 죄의 용서와 자비를 구하고 받는 곳입니다. 통회의 시편 50편을 보면 각 사람은 자기 죄를 의식하고 죄의 조목조목을 알고 고백하며 뉘우치며 용서를 구합니다. 죄의 현상은 누구에게나 잠재적으로 있고 숨겨두어도 나타나고 억눌려도 보고 듣는 가운에 살아나 꿈틀거립니다.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도 병이 생겨서 죽음에 이르듯이 평상시 죄 없고 아무 약점이 없는 것 같아도 이기심과 자기중심적 욕심이 발동하면 조그만 저항에도 참지 못해서 거칠게 대항하고, 조그만 위험도 두려워서 절망하고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복수심으로 어제같이 친하던 사람과도 등 돌리고 원수같이 살고 있습니다. 함께 봉사하고 교회 일을 함께 기도하고 활동하다가도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서게 됨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입니다.” 하고 고백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수도원 퇴원하면서 “여기는 사랑이 없어”하고 떠나지만, 깊이 생각하면 여기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이 없어서 떠나는 것이라고 해야 합니다.

수도원은 천사가 사는 곳이 아니라, 온갖 약점을 지닌 사람이 살고 그 삶 안에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하면서 믿음, 희망, 사랑을 성장시키는 곳입니다. “저는 사제는 모두가 비안네 성인 사제 같은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감당할 수 없는 사제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에 그만 나가려고 합니다. 세상에 어느 곳이 완전합니까?” 되어 있는 세상이 아니라, 되어가는 세상에 산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모든 일은 결과를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련받고 서원했다고 수도자가 된 것이 아니라, 관 뚜껑을 제대 앞에 덮고 누워있어야 이 집의 참 수도자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주님이 제자들 가운데 사셨습니다. 완전한 사람들이 아니라, 의심하는 사람들, 주님을 이용하여 세상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 주님을 팔아넘기는 사람, 가장 믿고 교회의 기초가 된 사람도 세 번이나 주님을 배반하고 주님이 사라지니 자기 할 일을 찾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 빈 무덤을 보고도 부활을 믿지 않은 사람들 안에 살고 계셨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비와 일치, 사랑을 잊어버리고 떠나게 됩니다. 자비는 용서하는 마음, 일치는 불일치를 일치로 연결하려는 마음, 사랑은 생명을 내놓으며 자신을 주는 마음입니다. 죄인 속에 살고 함께 함으로써 악의 세상이 사라지게 됨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