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난 나그네의 서러움 <루카 9, 57-62> 10월 4일

“인생은 나그넷길”이란 노랫말처럼 “어디로 가고, 어디서 머물고, 어디서 먹는 문제를 해결할까?” 그 서러움은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 주님은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 하십니다. 이 말에 저는 오늘 묵상이 되는 것은 그 시대가 아니라, 오늘 이 세대가 주님이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이 울림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니 믿고, 희망하고, 사랑받아야 할 주님이 애써 차려놓은 밥상을 멀리하고 참례자도 참 감사의 마음 없이 참례하며 사는 믿는 사람의 근본적 태도가 문제입니다.

멕시코에 성당의 천정이 무너져 많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오늘 우리 교회가 무너져 내린 성당 안에 있는 현상같이 느껴집니다. “머물 곳이 없다.” 모두가 당신이 창조하신 것인데 머물 곳이 없다고 하신 것은 오늘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주님을 찾지 않고 떠나 사는 사람은 주님이 머물 집을 헐어 버리거나 없애는 사람들입니다. 주님, 당신 안에 거처를 마련하시러 오셨는데 그 자리를 내주지 않고 피해 가시면 주님 머물 곳이 없어집니다. 사람이 서로 의지하여 살아야 하는데 피해 가면 아니, 집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주님 머물 곳이 없어집니다.

며칠 전 낮에 잠깐 쉬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니 10년 전에 상담했던 자매님이 “신부님 일 주간 수도원에 피정하고 싶은데 30만 원이 없고 15만 원만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하기에 덮어놓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제가 15만 원 도와주고 아니면 문간에 이야기해 봐서 가능하면 15만 원으로 피정하도록 할 생각이었습니다. 일이 이루어져서 지금 피정하시며 7월, 8월, 9월에 30일 동안 기도하고 청한 것이라 합니다. 직업도 없고 나라의 후원금으로 사는 분이라는 사정을 알기에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오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 성인이 성당에서 기도하는데 하느님의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무너져 가는 우리 집을 고쳐 다오.” 처음에는 성당이 무너지는 줄 알고 아버지는 도목 장사를 했는데, 옷감을 가져다 성당 안에 놓으면서 이것 팔아서 집을 고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사실은 무너지는 교회는 집이 아니라, 교회의 현상이었습니다. 무너지는 교회를 바로 세워 달라는 소리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수도회를 세우고 가장 가난한 수도회로 얻어먹고 사는 수도회가 되어 주님의 참 거처가 되려고 몸에 오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오상 방지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십자가 상처를 모시는 아니, 주님의 거처로 무너진 교회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침 미사 때 성가 70번 평화를 구하는 노랫말 가운데 내 안에 주님의 집을 마련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주시라는 구하는 마음을 노래하며 주님의 집을 이런 평화가 있는 집을 지어드려야 하는데 어디에 바로 가난한 마음에 집을 지어드려야 평화로이 내 안에 쉬시며 안정을 취하십니다.

저는 오늘 주님의 집을 지어드리는 날이 되기를 기도하며 하루를 살려고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이루어질 때마다 견고하고 평화로운 집이 내가 사는 곳에 지어지게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