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사랑을 받아야 산다. <마르코 7, 24-30> 2월 8일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다 미워해도 하느님 사랑을 느끼면 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죽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은 식물이나 밭에 심어진 야채도 농부의 발걸음 따라 자란다고 합니다. 밖에서 줄에 묶어 기르는 강아지도 사람의 손길과 사랑의 눈길 따라 즐겁게 자라며 살고 있습니다.

오늘 이교도를 강아지에 비유하시는 말씀은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입니다. “강아지도 상 밑에 떨어트린 부스러기를 먹고 자랍니다.”라는 말은 식탁에서 부스러기라도 함께 음식을 먹으면 개는 음식 냄새를 맡고 주인을 알아보고 멀리 있어도 짓지 않지만, 자기가 먹는 음식 냄새가 아니면 멀리 있어도 타인으로 생각하고 짓게 됩니다.

함께 음식을 나누며 자리를 같이하는 행위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친해지고 사랑하면 차라도 한잔 같이하자고 하고 음식도 함께하게 됩니다. 사랑의 표현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서 사랑은 접근성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까이 있어야 정이 생기고 정으로 살게 되어야 사랑이 움트며 삶의 의미를 찾아 즐겁고 기쁘게 살게 됩니다. 어제 며칠간 피정하러 온 서울 신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우리의 규칙대로 침묵 속에 밥을 먹지만, 함께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왕이면 말을 나누며 식사하면 더 좋은 분위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생각했습니다. 보여주는 것보다 더 깊이 알고 서로 정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함께한다는 것은 생각과 말의 일치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학생 중 6명의 학생 상담하면서 사랑을 느끼고 체험했습니다. 상담할 때 학생들에게 “이 시간 나에게 가장 귀중한 사람은 당신입니다. 귀한 시간 서로 사랑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문제를 풀어나갑시다.” 하며 정성을 들이느라고 20분 면담 시간을 어겼습니다. 어제는 3명의 면담자를 위해 2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사랑은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을 계산하면 사랑은 머물러버리지만, 시간을 초월하면 지나는 시간이 가치 있게 지나갑니다.

저는 규칙보다 사랑을 우선합니다. 설날 세배를 하러 오는 후배들에게 수도자로서 돈을 주면 안 되지만, 몇 푼의 돈을 주기 위해 만 원권을 준비하여 작은 돈이라도 세배하는 후배에게 줍니다. 규칙을 어겨도 사랑이라 생각하고 매년 그렇게 해왔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고, 사랑은 모든 것을 감싸주고,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 부정적인 것은 없고 모두가 긍정적입니다.

어떤 때 저는 모든 사람에게 배척받고 인정받지 못해도 하느님 사랑을 느끼는 미사에서 빵이 주님의 몸으로 변화하여 오신 주님을 생각하고 사랑합니다. 겉보기에는 과자부스러기 같아도 주님 전체입니다. 어제 신학생에게 “매일 영하는 성체가 기적의 빵이며, 주님이 내 안에 오시고 영성체로써 주님의 사랑을 받으며 내 안에 주님 현존하시고 주님 안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사십니까?” 하니 “아니요, 하나의 기도이며 참례할 의무로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사실 믿음 가진 사람 대부분이 같은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빵 조각이 아니라, 주님 사랑의 생명입니다. 포도주 한 방울은 주님 생명의 덩어리입니다.

주님의 식탁에서 서로 사랑 나누고 사랑하는 관계가 우리 안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합니다.